일본에서 사실상 가택연금 도중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사진)이 프랑스 르노자동차를 상대로 퇴직수당을 요구하는 법정 싸움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르피가로와 AFP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르노 본사가 있는 파리 근교 불로뉴비앙쿠르의 노동법원에 변호인을 통해 퇴직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곤 전 회장은 르노 측으로부터 25만유로(약 3억2181만원) 규모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르노 측으로부터 2014~2018년 성과급 명목으로 받기로 했던 연 77만4774유로(약 9억9760만원)의 연금과 퇴직 후 경쟁사로 이직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기로 한 보상금 400만유로(약 51억원)도 청구할 방침이다. 성과 보상금으로 받기로 했던 1500만유로(약 193억원)어치 르노 주식도 소송 대상에 오른다. 곤 전 회장 측이 르노에 제기하는 각종 보상금은 총 3000만유로(약 3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월 곤 전 회장이 르노자동차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르노자동차 이사회는 같은 해 2월 곤 전 회장이 경쟁사 이직 금지를 조건으로 받기로 했던 보상금을 취득할 자격이 없으며 미지급 성과급도 지급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일본에서 부패 혐의로 곤 전 회장이 긴급 체포돼 구속 수감되면서 관련 권리들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곤 전 회장은 지난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르노에서 내가 사임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임 결정이 자발적인 게 아니라 강제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도 “르노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퇴직금은 물론 내게 주어진 모든 권리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는 한 프랑스에는 법과 정의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은 2월 이후부터 곤 전 회장과 르노자동차 간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곤 전 회장의 르노 회장직 사임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냐 강요된 것이냐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닛산자동차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로 2018년 11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일본 검찰에 전격 체포돼 구속기소됐고, 이후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 르노자동차 회장직에서 잇따라 해임되거나 사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