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입법회 선거 때 '완전 직선제' 도입 요구
새해 첫 평화 시위로 진행…시위대 지지 식당, 괴한 공격 받아
대만 대선에 고무된 홍콩인들 "직선제 도입하라" 시위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11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12일 홍콩 시민들이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민 3만6천 명(주최 측 추산)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서 오는 9월 입법회 선거 때 완전 직선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직선제로 선출되는 의원 35명과 직능별 대표 35명 등 총 70명으로 이뤄진다.

직능별 대표는 대부분 재계 출신이나 친중파 진영으로 이뤄져 홍콩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구현을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최 측은 9월 입법회 선거에 완전 직선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유럽, 호주 등 서방국가가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 등을 적용해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은 홍콩 내 인권 탄압 등에 책임 있는 인사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유럽연합(EU)과 호주도 비슷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라우(23) 씨는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 대선 승리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홍콩과 대만의 시민들은 중국 정부라는 공통의 적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홍콩 정부가 9월 입법회 선거 때 완전 직선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시위대와 경찰의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나 새해 들어 평화롭게 진행된 첫 주말 시위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1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였던 도심 시위 때는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고, 5일 성수이 지역에서 열린 중국 본토 보따리상 반대 시위 때도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한편 전날 밤에는 시위대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던 완차이 지역 식당 1곳과 위안랑 지역 식당 1곳이 각각 마스크를 쓴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식당 내 유리문, 컴퓨터, 냉장고, 테이블 등을 박살 낸 후 도망쳤으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음식점과 점포 등을 이용하자는 '노란 경제'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친중파 진영은 이에 맞서 홍콩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파란색 상점'을 이용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