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국군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 한국과 단교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진위여부를 확인했다.11일 외교부에 따르면 당국자는 전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청사로 불렀다.샤베스타리 대사는 외교부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참여시 양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정부 당국자는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위해 파견된 주한대사가 단교를 직접 언급한 것이 맞다면 우려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불렀다"면서 "대사 해명을 충분히 들었다"고 전했다.앞서 중앙일보는 10일 보도를 통해 샤베스타리 대사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파병할 경우 "(한국과 단교까지도 고려할 정도로)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보도에 따르면 샤베스타리 대사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활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라며 "1000년 이상 지속한 이란과 한국 양국 관계 역사 중 현시점이 가장 큰 위기"라고도 말했다.샤베스타리 대사는 외교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언론사에 정정 요청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미와 대치 속 격추 확인되면 국제 여론 악화 판단"미 무인기 격추 혁명수비대, 대공 방어능력·국민 지지 '퇴색'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부근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과 관련, 이란군이 사흘만인 11일 격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전날 밤까지만 해도 이란 민간항공청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여객기가 격추된 것이 아니다"라고 단정했으나 하룻밤 만에 180도 태도가 바뀐 것이다.비록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공격 직후 미국의 반격을 예상해 전군이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한 상황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는 했지만, 민항기를 군이 격추했다는 치명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중동에서 일어나는 각종 무력 사태와 분쟁을 이란 탓으로 돌리는 서방의 전방위 공세에도 흔들리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던 이란이 여객기 추락과 같은 대형 사건에 신속히 책임을 자인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이란은 이번 여객기 추락을 놓고 서방 정부와 언론이 격추설을 제기하자 '이란을 겨냥한 악의적 심리전'이라고 일축하면서 기계적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사실상 확정했다.사고 조사를 총괄하는 이란 민간항공청장은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사 결과가 나와야 사고 원인을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격추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격추설을 강하게 부인했다.이란 측은 "격추 의혹을 들먹이는 서방은 증거를 이란에 달라. 미국 보잉사(제조사)도 조사에 초청했다"라며 자신의 결백을 자신하기도 했다.이런 태도에서 급변해 이란이 고개를 숙이게 된 배경엔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 즉 '스모킹 건'이 확인됐고 이를 더는 감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란을 실시간으로 정밀 감시하는 미국의 군사 정찰 위성의 자료와 추락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외국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음모론 수준이었던 격추설이 대세론으로 굳어지는 흐름이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미국이 이란 내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주 테헤란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격추를 증명하는 자료를 보냈다고 보도했다.2018년 사우디아라비아는 터키 주재 자국 총영사관에서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보팀에 살해되자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다 터키와 미국에서 조금씩 기밀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린 적이 있다.'미사일 격추'라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한 이란 정부와 군부는 미국 등이 어느 정도로 확실한 자료를 확보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카슈끄지 사건 때처럼 서방 언론을 통해 격추를 증명하는 정보가 조금씩 흘러나와 자신을 옥죄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사우디는 그나마 친서방 외교와 무기 구매 등으로 국제 여론전을 주도하는 미국과 서방을 달랠 수 있었지만, 이들과 사실상 외교가 단절된 이란으로서는 격추설을 계속 부인했다가는 국제무대에서 회복할 수 없는 고립을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빼도 박을 수 없는 증거를 외부에서 먼저 제시해 '외통수'에 몰리기 전에 자인하는 게 국제 여론전에서 그나마 유리하다고 이란 지도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제3국의 동참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우군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처지다.이란이 신속히 책임을 인정한 데는 1988년 미국의 이란 민항기 격추 사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당시 이란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중 걸프 해역 상공에서 미 군함이 쏜 미사일에 격추돼 이란 국민 290명이 죽었다.당시 미국은 적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란은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손해 배상뿐 아니라 지금껏 정치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재료로 사용한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 444일간 억류됐던 미국인 52명과 같은 수의 이란 내 표적을 특정했다고 하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숫자 290'을 기억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이란은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은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행태를 하는 곳이라고 비판하고 미국과 비교해 도덕적, 법적 우월성을 과시하곤 했다.이번 사건으로 이란 군부도 국내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해 7월 호르무즈 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군의 첨단 무인기를 격추, 국내외에 깜짝 놀랄만한 대공 방어 전투력을 증명했다.이란 내부에서도 혁명수비대의 대공 방어 능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또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를 미사일로 보복한 혁명수비대에 대한 이란 내 지지도도 높은 편이다.지난해 11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지도부를 향한 이란 국민의 불만이 커졌지만 솔레이마니 사령관 폭사, 미사일 대응이 이어지면서 다시 지지 여론이 결집하는 분위기였다.그러나 이런 우호적인 여론이 무르익기도 전에 같은 날 발생한 민항기 격추로 이런 국민적 지지는 물론 혁명수비대가 자랑하는 대공 방어능력도 퇴색되고 말았다./연합뉴스
국내 한 진보단체가 이란 대사관을 찾아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모했다.한국진보연대는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고 밝혔다.이날 조문에는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공동대표와 전국여성연대 한미경 대표,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평화의 길 등 국내 진보단체 대표와 회원 15명이 함께 했다.이들은 대사관 2층에 마련된 분향에서 헌화하고 짧게 묵념했다. 이후 몇몇 참석자는 이란 대사관 관계자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한국진보연대 측은 보도자료에서 "현재 조문은 일반인이 아닌 외국공관 중심으로만 받는데 (이란 대사관 측이) 한국의 진보단체 연대는 받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는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후 이란은 미국을 향한 보복을 예고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이란 현지에서는 솔레이마니 장례식에 군중들이 몰려 압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7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에서 최소 40명이 압사하고 213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장례위원회 측은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다. 장례식을 중단하고 안장식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사고는 추모객들이 유해를 실은 차량으로 접근하기 위해 몰리면서 발생했다. 이란에서는 유명 인사의 공개 장례식 때 검은 천을 관으로 던져 애도의 뜻을 표시하는 문화가 있다. 이때 운구차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새 안장식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