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지명 놓고 "산체스 총리가 이글레시아스 견제" 잡음도
부총리 역대 최다 총 4명…경제부문 전문성 쌓은 인사 대거 발탁
스페인, 급진좌파 연정 파트너 부총리 지명 등 내각인선
스페인의 첫 좌파 연립정부가 연정 파트너인 급진좌파정당 대표 등 무려 네 명의 부총리를 포함한 새 내각을 준비 중이다.

10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급진좌파정당인 우니다스 포데모스(이하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를 사회정책·지속가능발전 문제를 전담하는 부총리에 지명했다.

포데모스는 산체스 총리가 대표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의 연정 파트너로, 이글레시아스 대표 외에 다른 네 명의 당원이 고등교육부, 소비자부, 양성평등부, 고용부의 장관을 나눠 맡게 됐다.

스페인 좌파 내각은 이번에 총 4명의 부총리를 두기로 했다.

스페인 민주화 이후 부총리가 네 명이나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명된 4명의 부총리 중 이글레시아스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여성이다.

2018년부터 경제장관을 맡아온 나디아 칼비노가 경제전반과 디지털 전환을 전담하는 부총리를, 전 정부에서 부총리를 맡았던 카르멘 칼보가 정무와 프랑코 독재정권당시의 과거사 문제를 전담하는 부총리에 지명됐다.

또한 환경담당 부총리로는 테레사 리베라 전 환경장관이 지명됐다.

이밖에 스페인 내각은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무역센터(ITC)의 아란차 곤살레스 사무총장을 외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번 스페인 내각 인선은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며, 산체스 총리는 다음 주중에 내각 명단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인선 내용을 보면 금융과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들이 대거 발탁된 것이 특징이다.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스페인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안전망·이민문제 담당 장관으로 지명된 호세 루이스 에스크리바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스페인 최대 은행인 BBVA의 리서치부문장 출신이고, 외무장관 내정자인 곤살레스도 국제무역 전문가다.

산체스 총리와 칼비노 부총리 지명자 역시 경제 관련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경험이 있다.

이를 두고 산체스의 한 측근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경제 분야가 앞으로 정책추진의 핵심이 될 것이며 사회당이 경제를 강하게 쥐고 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연정의 두 당사자인 사회노동당과 포데모스 간의 마찰음도 들린다.

포데모스는 이글레시아스 대표가 맡은 사회정책·지속가능발전 담당 부총리의 업무영역에 기후변화 문제가 포함되는데도 산체스 총리가 환경 문제를 따로 떼어내 전담 부총리를 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포데모스 측은 이를 산체스가 이글레시아스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스페인 언론들이 전했다.

스페인, 급진좌파 연정 파트너 부총리 지명 등 내각인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