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총리 거론…"내 덕에 전쟁 면한 나라 정상이 받아"
돌출발언에 외신들 갸우뚱…미국-이란 전운 속 자찬에 비판도
트럼프 노벨평화상 집념…'작년에 내가 받았어야' 한탄
노벨평화상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념이 돌출 발언으로 다시 논쟁거리가 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에서 열린 유세에서 작년 노벨평화상의 공로가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합의를 체결해 한 나라를 구했는데 그 나라의 수반이 나라를 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관계가 있다.

(노벨평화상 선정은) 원래 그런 식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아는 한 중요한 것은 이거다.

내가 큰 전쟁을 면하게 했다.

큰 전쟁 두 개를 면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상자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으나 작년 노벨평화상은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아비 총리가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시상 사유로 밝혔다.

에리트레아는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가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으나 1998∼2000년 국경을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져 양측에서 7만명이 넘게 숨졌다.

아비 총리는 2018년 취임 후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추진했고 양국은 작년 7월 종전을 선언해 20년 적대관계를 해소했다.

트럼프 노벨평화상 집념…'작년에 내가 받았어야' 한탄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아비 총리의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려고 한 것이라고 이번 발언을 해석했다.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비 총리가 아닌 자신이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미국 연예매체 배니티페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배니티페어는 미국을 이란과의 전쟁 일보 직전으로 몰고 간 뒤 유세에서 전쟁을 면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을 꼬집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자찬에 인색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에서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아프리카를 거의 언급하지 않아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 문제를 괄시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며 에티오피아인들도 이번 발언에 어리둥절해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합의가 에리트레아와의 종전을 뜻하는지, 미국이 중재하는 이집트·에티오피아·수단 3개국의 나일강 물분쟁 협상을 뜻하는지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BBC방송은 자체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종전에 미국의 기여도는 미미하고 실제로 중재 노력을 기울인 곳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였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결정이 작년 10월 11일, 시상식이 작년 12월 10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한 까닭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BBC방송은 경위가 애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한 공로로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공언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노벨평화상 집념…'작년에 내가 받았어야' 한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