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국에 '사우디가 최전선 돼선 안된다' 당부한 듯
"이란 공격 우려·석유시설 피격 후 트럼프 불신 커진 탓"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들 국가의 긴장 완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군 공습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폭사한 후 이와 관련한 외교적 메시지를 발신하는가 하면 국방차관인 칼리드 빈 살만 왕자가 직접 움직이는 등 총력을 펼치고 있다.

'전쟁 휘말릴라' 사우디, 미국-이란 긴장완화 총력전
칼리드 왕자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친동생이다.

칼리드 왕자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을 워싱턴에서 만났고 런던에선 영국의 벤 월리스 국방장관을 비롯해 중동 담당 선임 보좌관, 총리의 외교정책 보좌관 등을 두루 만났다.

가디언은 사우디가 미국과 이란의 긴장 완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영국에 보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사우디의 행보는 이란의 미사일 공습에 대한 취약성으로 불안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걸프 지역 우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관련한 신뢰성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표시'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각각의 만남에서 어떤 내용이 거론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사우디 측이 이란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 이뤄지는 경우 자국 영토가 최전선에 포함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폭사 이후 이란 지휘관들은 걸프 국가에 이들의 영토가 이란 공습에 필요한 '발사대' 역할을 할 경우 불러올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8일 낸 성명에서 "미국의 우방은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위협한 뒤 표적으로 두바이를 거론하기도 했다.

사우디의 경우 이미 지난해 9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전쟁 휘말릴라' 사우디, 미국-이란 긴장완화 총력전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는 자신들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우디 측은 석유시설 공격에 쓰인 드론과 미사일 파편 등을 공개하고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다.

백악관이 당시 공격을 전쟁 선포 행위로 묘사하기는 했지만, 사우디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와 관련해 어떠한 군사적 반응도 촉발하지 않았다는 점에 경악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엔의 미공개 보고서 역시 당시 공격에 쓰인 무기의 정밀성을 고려해 반군 후티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면 사우디로선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상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우디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에서도 대립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싶어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