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주재 외교단 대상 연두강론…기후변화 소극 대응 질타도

교황 "미국-이란, 더 큰 충돌 피하고 대화 나서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이란 간 확전 자제와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교황은 9일(현지시간) 바티칸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신년 강론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자신의 거처가 있는 방문자 숙소 '산타 마르타'에서 한 이 강론에서 교황은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이 세계 화약고인 중동에 또다른 대규모 분쟁의 씨앗이 되고 이라크 재건 노력까지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자가 국제법을 존중하는 가운데 더 큰 충돌을 막고 대화의 불씨와 자제심을 유지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최근 이란 군부 실세를 살해하면서 전운이 고조된 이래 교황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면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일 이라크의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무인기로 공습해 사망케 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전날 새벽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공격해 확전 우려를 증폭시켰다.

교황 "미국-이란, 더 큰 충돌 피하고 대화 나서야"
교황은 이 강론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전 세계 지도자들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와 같은 젊은이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행동에 나섰지만,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별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의 대응 노력이 필요한 이 재앙적 이슈에 대한 국제사회의 해결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심도 드러냈다.

2013년 즉위 이래 환경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로 다뤄온 교황은 그동안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기후변화 위기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근본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촉구해왔다.

교황은 아울러 근래 역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직면한 예멘과 시리아, 리비아 등 내전으로 피폐해진 국가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교황은 관례적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1월 초 바티칸 주재 180여개국 대사를 초청해 주로 외교적 이슈에 대해 강론을 해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