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가안보위원회 서기…"사고 현장 미사일 잔해 수색 작업할 것"
"무인기 충돌, 엔진 폭발, 항공기 내부 폭발 가능성 등도 함께 조사"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발생한 자국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도 검토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는 이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헤란 인근에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에 피격당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객기 사고 조사 참여를 위해 테헤란으로 간 우크라이나 국가조사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이 이란 측 전문가들과의 회의에서 여러 가설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우크라 '추락 여객기, 이란 보유 러 미사일 피격 가능성' 검토
그는 "주요 가설 가운데는 토르를 포함한 지대공미사일에 의한 피격도 있다"면서 "사고 현장 부근에서 (해당)미사일 잔해가 발견됐다는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미사일 피격설을 검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토르는 옛 소련 시절인 1980년대 러시아에 군에 실전배치된 지대공미사일로 1~16km 거리, 10m~10km 고도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현재 이란을 포함해 11개국이 토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다닐로프 서기의 발언은 잘못 발사된 이란 보유 러시아제 토르 미사일에 여객기가 맞아 격추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닐로프는 테헤란으로 간 우크라이나 국가조사위원회 전문가들이 사고 현장을 시찰하는 문제를 이란 측과 조율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토대로 토르 미사일 잔해를 수색하는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테헤란에서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보잉 MH-17 여객기 피격 조사의 모든 경험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추락 사건을 참조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위원회에는 말레이시아 MH-17 여객기 피격 사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편은 지난 2014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숨졌다.

국제조사팀은 장기간의 조사 뒤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반군에 제공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부크'에 의해 피격됐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러시아는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다닐로프는 이밖에 "여객기가 무인기(드론)나 다른 비행물체와 충돌했을 가능성, 기술적 이유에 따른 엔진 파손 및 폭발 가능성, 테러 행위에 따른 항공기 내부 폭발 가능성 등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위원회가 사고기 블랙박스 해독에 참여하는 문제를 포함해 사고 조사 공조에 대해 이란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8일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했던 167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부터 일각에선 여객기 추락이 이란의 이라크내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 수시간 뒤 발생한 점을 근거로 여객기가 이란군이 실수로 쏜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여객기가 엔진 발화에 의해 고도를 잃고 지상으로 추락해 폭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크라 '추락 여객기, 이란 보유 러 미사일 피격 가능성' 검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