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명 후 이라크 美대사관에 로켓 공격…'국지적 도발' 계속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명 발표 네 시간여 뒤인 9일 0시 직전(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인근에 로켓 두 발이 떨어졌다. 이라크 군당국은 “로켓 두 발 중 한 발은 미국 대사관에서 100m 거리에서 폭발했다”며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주이라크 미 대사관은 이라크 정부기관과 의회, 각국 대사관 등이 몰려 있는 그린존의 미군 특별 경계구역 내에 있다. 로켓을 발사한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 정부가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이 같은 국지적 도발이나 충돌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이라크 미 대사관을 겨냥한 로켓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과 5일에도 로켓 공격이 벌어졌다. 지난해 이란핵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고조되던 시기에도 그린존에 수차례 로켓이 떨어졌다. 미군과 이라크군 등은 이를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군은 중동 미군 시설 등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 내 무장세력이 미군 공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군이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 행위를 마쳤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엔 “지금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이라크 민병대는 이미 미국에 자체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군의 공습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과 함께 사망한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이라크 민병대 부사령관의 복수를 하겠다는 주장이다. 카이스 알카잘리 이라크 민병대 사령관은 8일 “이란이 솔레이마니 피살을 보복했으니 이젠 이라크가 무한디스 복수에 나설 차례”라며 “이란의 공격보다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란 군부에서도 강경 발언이 나왔다. 돌라 아라기 이란군 안보담당 참모장은 9일 “이란혁명수비대가 곧 적들에게 더 강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잔 말로니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담당 부국장은 “미국과 이란이 서로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일단 조절했다”며 “이는 솔레이마니 폭살 여파의 1단계가 마무리된 것일 뿐, 상황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