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서 기자회견…"日 검찰의 기소는 근거없어" 비판

일본에서 형사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은 8일(현지시간) 일본 탈출과 관련해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고 일본 검찰을 비판했다.

또 "금전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절망감이 크다"며 심경을 토로한 뒤 "내가 레바논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레바논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지지해줬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한 곤 전 회장은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기자회견장에서는 중간중간 박수소리가 들렸다.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 등장하기는 지난달 30일 레바논에 비밀리에 입국한 뒤 9일 만이다.

곤 전 회장은 재작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바논 도주 곤 전 회장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한 선택"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낮 도쿄 자택에서 외출한 뒤 그날 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개인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했고, 이스탄불에서는 다른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했다.

일본 수사당국은 곤 전 회장이 큰 상자에 숨어 일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곤 전 회장에 대한 수배를 레바논 정부에 요청했지만, 레바논이 그의 신병을 일본에 넘길지는 불투명하다.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오쿠보 다케시(大久保武) 레바논 주재 일본 대사는 지난 7일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만나 곤 전 회장의 도주에 관해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아운 대통령은 "전면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언급했으나 이번 사건에 관해 레바논 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