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원 25만명·헬기 100대 이상 긴급투입 총력 진화에도 '역부족'
호주 총리 '성난 민심 불끄기' 주력…교민 직접피해 크지 않은 듯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해 넉 달 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동북부·중북부·남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호주산불] ② '끌수는 있을까' 공포감…피해 최소화 안간힘
NSW주 정부는 지난 3일부터 1주일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불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진화보다는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간 동안 NSW주 산불방재청(RFS)이 정부 자원 동원·교통 통제·대피령 발동 등 산불 방재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다.

◇ 연인원 25만명 동원 진화 총력전에도 '역부족'
호주 소방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NSW주와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호주 전역에 200개가 넘는 산불이 타고 있으면 현재까지 피해지역은 600만ha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NSW주에서는 현재 148곳에 산불이 타고 있으며 13곳 이상이 '응급' 상황으로 분류됐다.

작년 10월부터 산불 진화를 위해 연인원 25만명 이상이 투입되고 소방차량 700대와 항공기 100대 이상이 동원됐다.

'방재 맞불'·소방트럭 살수·방재 항공기 물폭탄 등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역부족'인것으로 알려졌다.

세인 피츠시몬스 NSW주 산불방재청장은 호주 공영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해 들어 산불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타고 있다"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산불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고 보호하는 데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월에는 올해 산불의 확산 속도와 범위 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사실상 진화가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호주총리, 정치적 부담에 '성난 민심 불끄기'
호주의 산불 위기가 격화되는 가운데 스콧 모리슨 총리와 연방정부의 대응이 안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작년 연말 산불 위기 와중에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났던 모리슨 총리는 소방대원 2명이 사망하는 등 참극 소식에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급거 귀국해야 했다.

[최악의 호주산불] ② '끌수는 있을까' 공포감…피해 최소화 안간힘
모리슨 총리는 지난 2일 산불 피해 지역인 NSW주 남동부 코바고를 방문했다가 임신한 여성에게 악수를 거절당하는 냉대를 당하기도 했다.

총리의 악수를 거절한 조이 맥더모트 씨는 "산불 방재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싶었는데 총리는 이를 외면했다"면서 "그는 단지 '사진'이 필요했을 뿐"이라며 힐난했다.

앤드류 콘스탄스 NSW주 교통장관도 모리슨 총리를 비판하면서 "(코바코에서)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가 방문한다는 연락도 미리 받지 못했다.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고 재건할 수 있도록 연방 재정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글레이즈 베르지클리언 NSW주 총리도 "사람들은 정당한 이유로 분노하고 있으며 그런 반응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호주산불] ② '끌수는 있을까' 공포감…피해 최소화 안간힘
여론의 심각성을 인지한 모리슨 총리는 부랴부랴 6일 산불 방재와 피해 재건에 연방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방정부 산불 방재 프로그램에 20억 호주달러(약 16조원)를 책정하고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도 즉각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비용 때문에 재정흑자 규모가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모리스 총리는 "재정흑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적 손실과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최악의 호주산불] ② '끌수는 있을까' 공포감…피해 최소화 안간힘
산불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광역 시드니와 캔버라 등 도시 지역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바람에 실려온 산불 연기 때문에 매캐한 냄새·뿌연 연무·붉은 태양을 보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기에 실린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질(AQI) 지수가 위험수위 200을 10배 이상 초과했다는 뉴스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외출할 때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낮에도 뿌연 연무에 휩싸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최악의 호주산불] ② '끌수는 있을까' 공포감…피해 최소화 안간힘
◇ 교민들 피해 크지 않은 듯…산불지역 관광주의
현재까지 산불로 인한 한국 교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이재용 부총영사는 "호주의 산불 위기를 예의 주시하며 한국 교민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교민 피해 사례는 보고 받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호주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산불 인근 지역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11월 초대형 산불이 맹위를 떨쳤던 NSW주 동북부 포트 맥쿼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진흥(53)씨는 "시내 중심가에서 시뻘건 불길과 연기가 보일 정도로 산불이 가까웠고 하늘이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며칠 동안 온 도시에 연기가 자욱해서 가시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다.

산불방재청으로부터 '대피하라'는 문자가 와서 교외에 있는 집에서 귀중품만 챙겨 나오기도 했다.

도심에 있는 식당에서 산불 사태의 추이를 관망했는데 정말 힘든 시기였다.

"고 말했다.

그는 "청정 자연환경이라서 호주로 이민 왔는데 산불이 너무 심각해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악의 호주산불] ② '끌수는 있을까' 공포감…피해 최소화 안간힘
NSW주 중부 삼림지대인 콜로 하이츠에 농장을 가진 송석준(65) 전 시드니 한인회장은 "북쪽 월레마이 내셔널 공원에서 12월 중순부터 산불이 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산불이 난 광활한 지역은 다 시커멓게 변했다"고 전했다.

현재 대형 산불이 휩쓸고 있는 NSW주 동남부 해안으로 지난 연말 가족 휴가를 갔던 최진아(52) 씨는 산불 위험 때문에 3일 일정을 하루만에 취소하고 시드니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당시 산불이 막 시작되어 연기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면서 "묵었던 해변 마을이 숲으로 둘러싸여 진입로만 봉쇄되면 아예 고립될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