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사진=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사진=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군이 격추한 이란 여객기 사망자 290명을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0년전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52명과 같은 수의 이란 내 표적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6일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IR655편의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마라"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피살을 보복한다면 이란 내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52곳 가운데는 매우 높은 수준의, 그리고 이란과 이란 문화에 중요한 곳이 있다. 그 표적들을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이 52곳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에서 억류된 미국인과 숫자가 같다.

이란 이슬람혁명 9개월 뒤인 1979년 11월 4일 이란의 강경 반미 성향의 대학생들이 주테헤란 미 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인질로 삼아 444일간 억류했다.

미국은 이들을 구하려고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폈으나 실패했다.

미 대사관을 점거한 대학생들은 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모하마드-레자 팔레비 왕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1980년 미국은 이란과 단교하고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란과 1981년 내정에 다시는 개입하지 않고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알제 합의'를 맺고 인질 사태를 해결했다. 억류 기간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0년전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2명과 수를 맞춘 이란 내 표적을 공격해 미국의 피해를 갚겠다는 식으로 경고하자 이란 대통령이 1988년 미군의 이란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반박한 것이다.

1988년 7월 3일 미군 순양함 빈센스 호는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를 떠나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IR655 편을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 사건으로 여객기에 탔던 승객과 승무원 290명(어린이 53명. 비이란인 46명 포함)이 전원 숨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에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은 이란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새 비행기를 구매할 수 없었는데 미국은 이 사건 이후 에어버스 여객기 1대를 예외적으로 이란항공이 살 수 있도록 승인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