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열리는 미국경제학회(AEA)엔 전세계에서 온 수천명의 경제학자가 모입니다. 1000여개 세션이 열리는데, 타이틀을 보면 학계의 관심사와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 올해 핵심 조류는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한 치유법을 찾자'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불평등을 방치할 경우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하지만 여러 세션을 들어봐도 뾰족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 사이에 불평등은 각국에서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괴물은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9개 세션을 들었는데, 그중 '글로벌 경제와 불확실성'을 다룬 세션은 시장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메리 달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리서치 책임자, 그리고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등이 참여했습니다.
Fed 핵심 관계자인 달리, 카플란 총재의 언급 내용을 전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양적완화는 더욱 더 필요해질 것"
◆메리 달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

-중기적으로 보면 충격은 안보이지만 글로벌 경기에 역풍은 많다.

①성장 둔화=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이후에 모두 성장률이 연 0~2% 이내다.

②중립금리의 하락= 인구노령화가 중립금리 하락을 부르고 있다. 노령화는 노동인구의 감소+소비 대신 저축을 부른다. 이게 중립금리를 낮춘다. 이런 조류는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

③낮은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목표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상태다. 모두 인플레를 높이기 위해 싸우고 있다. 과거에는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새로운 세상이다. 기대 인플레는 2%대에서 잠자고 있다. 우리는 장기 인플레이션도 그리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양적완화는 더욱 더 필요해질 것"
-이런 중기적 역풍은 무엇을 뜻하는가.

①통화정책의 공간이 적어진다(한계 노출)= 다음 경기 하강 때 금리를 낮출 여유가 없다. 유럽, 일본 등은 마이너스 금리여서 더욱 어렵다.

②완전고용을 이루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 필립스커브(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가 높아진다)가 말을 듣지 않는다.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 힘들다. 1998년까지는 기능했다. 2008년까지도 약간 살아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완전히 평평해졌다. 고용이 늘어도 인플레는 그대로다.

③밑에서 인플레를 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최근 잠이 안 오는 한가지 이유를 들라면, 왜 인플레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존으로 인한 디스럽션(파괴), 사람들의 낮은 인플레에의 적응,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확실하진 않다. 예전에는 2% 이상에서 아래로 누르는 데 노력했는데, 이제는 2% 밑에서 위로 올려야 하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④잠재성장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 더 필요= '매직블릿'(전가의 보도)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외에 재정정책도 필요하다.

-앞으로 경기가 다운턴이 된다면 뭘 해야할까. 중앙은행의 향후 경기 대응 수단으로는 '통화정책에 대한 선제적 예고' 그리고 '양적완화(QE)'가 효율적인 위기 대응 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도구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2020년 미국의 성장률을 연 2.25% 정도로 보고 있다.
미국은 왜 1980~90년대처럼 고성장하지 못하는가?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

①데모그래픽(인구통계적) 변화= 노령화는 전세계적이다. 미국에서도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노동참여율도 떨어지고 있다. 노동참여율 증가는 사실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가 성장한 강력한 힘이었다. 앞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반이민 정책의 부정적 영향도 나타날 것이다.

②기술의 변화= 기술은 그동안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최근 클라우드가 확산되면서 바잉파워 측면에서 약간 상황이 바뀌고 있다. 고객 기업들은 대부분 프라이싱 파워가 없는 상태다. 클라우드 기업들은 더 많은 시장 점유율과 스케일을 갖추고 있다. 생산성 향상은 약간 느려지고 있다.

③글로벌리제이션+무역= 대기업들은 그동안 글로벌에서 기회를 찾아왔다. 그리고 효율적안 공급망을 만들었다. 지금처럼 반세계화가 확산되는 건 공급망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은 무역의존도가 GDP의 12% 밖에 안 되지만 독일은 47%나 된다. 독일 경제가 상대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반세계화는 전세계적으로 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④(새롭게 부상하는 트렌드로써) 기후 변화 = 기후 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급증하는 부채는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현재 지속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달러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축통화로서 세계적인 달러 수요가 바뀐다면 미국에게는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양적완화는 더욱 더 필요해질 것"
샌디에이고=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