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터키 수사 내용 보도…유명 美 보안 전문가 연루 정황도
"곤 전 회장 일본 탈출수단은 음향장비 케이스"…드러나는 전모
대담한 탈출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65)은 음향장비 수송용 하드케이스에 몸을 숨겨 일본을 벗어났다는 진술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곤 전 회장을 태운 전용기 운영업체에 대한 터키 수사에서 파악된 탈출 경위를 3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이날 터키의 전세기 업체 MNG 제트는 자사 항공기 2대가 곤 전 회장의 탈출에 불법적으로 이용된 정황을 언론보도를 통해 파악한 후 관련 직원 1명을 이달 1일 사법당국에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웹사이트에 게시된 발표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 탈출에 동원된 전세기는 2대이며, 그중 한대는 두바이에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거쳐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공항으로 비행했고 다른 한대는 이스탄불공항에서 베이루트공항까지 운항했다.

전용기 임대 계약 문서 어디에도 곤 전 회장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으며, 탑승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고 MNG 제트는 강조했다.

터키 당국은 MNG 제트의 직원, 전용기 조종사와 승무원 등 9명을 불러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곤 전 회장 일본 탈출수단은 음향장비 케이스"…드러나는 전모
사건에 연루된 MNG 제트 직원 등은 곤 전 회장이 음향장비를 수송할 때 주로 쓰이는 검은색 하드케이스에 숨어 간사이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고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이 WSJ에 말했다.

MNG 제트는 곤 전 회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에서 금속 테두리가 둘린 음향장비 하드케이스 1개를 찾아냈다.

종전에 일부 레바논 언론은 곤 전 회장이 도쿄 자택에서 열린 파티 후 악기상자에 숨어 집을 빠져나왔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곤 전 회장이 지난달 29일(도쿄 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께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혼자 자택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사실이 알려지며 오보로 확인됐다.

WSJ이 보도한 수사 내용에 따르면 탈출 '작전'은 지난달 28일 두바이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각각 마이클 테일러와 조지 안투안 자이예크라고 밝힌 남성 2명이 두바이 공항에서 MNG 제트로부터 빌린 전세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발했다.

MNG의 탑승자 명단에도 이들 2명의 이름이 기재됐다.
"곤 전 회장 일본 탈출수단은 음향장비 케이스"…드러나는 전모
2인조는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보안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사들과 이름이 일치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군 특전사 출신으로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드 구출을 지원한 보안 전문가의 이름이 마이클 L 테일러이며, 자이예크는 테일러 소유 보안업체에서 일했다.

2인조가 탄 전세기는 29일 오전 10시16분께 오사카에 도착했다.

이들은 곤 전 회장을 음향장비 하드케이스 2개 중 하나에 숨겨 전세기 화물로 싣고 간사이공항을 이륙해 1일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공항에 도착했다.

곤 전 회장이 숨은 음향장비 케이스가 화물 검색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간사이공항 대변인은 전세기 화물도 원칙적으로 모두 검색 대상이지만 귀빈(VIP) 화물은 일부 검색에서 제외되기도 한다고 시인했다.

곤 전 회장은 다른 전세기를 이용해 베이루트로 떠났으며, 2인조는 민항기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탄불 출입국관리소 기록에는 테일러와 자이예크가 미국 여권으로 입출국 심사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한편 레바논 검찰은 곤 전 회장을 다음주 소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익명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