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를 활용해 탈세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사 지식재산권을 미국에 모으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으로 하여금 지식재산권을 미국에 등록하도록 한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다. 유럽 국가들이 디지털세(일명 구글세) 부과를 강행하려는 명분을 제거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 비난받던 '아일랜드 조세 회피' 중단…지재권 美로 모은다
구글은 전 세계 지사의 정책을 전면 개편해 단순화하고 보유 중인 지식재산권을 모두 미국으로 모으겠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그간 아일랜드의 조세 제도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줄여왔으나 이 같은 일이 2020년 말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조치”라고 분석했다.

구글은 그간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라는 조세회피 수법을 써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방식은 매출을 아일랜드에서 네덜란드, 다시 아일랜드를 거쳐 버뮤다로 이전함으로써 세금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우고, 미국 본사에서 개발한 지식재산권을 이 법인에 헐값에 넘겼다. 아일랜드 법인은 다시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 각각 자회사를 설립한 뒤 아일랜드 자회사를 기반으로 유럽 등 글로벌 영업을 한다. 이를 통해 얻은 영업이익 대부분은 아일랜드 자회사가 지식재산권 사용료(로열티) 명목으로 네덜란드 자회사를 통해 아일랜드 법인으로 넘긴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간엔 로열티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협정이 있어 이 과정에서 세금을 확 줄일 수 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지만 지식재산권 관련 세율은 6.25%다. 구글이 다소 복잡한 이 방식을 쓰지 않는다면 영국에선 18%, 프랑스에선 28%의 법인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로를 활용하면 6.25%의 세금만 내면 된다. 더군다나 아일랜드 법인의 관리회사를 버뮤다에 두고 있어 관리에 따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전액 면제받는다.

구글은 이런 방식으로 연간 해외 수익의 80%가량을 버뮤다에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네덜란드상공회의소에 제출한 서류에서 2016년 192억달러(약 29조1480억원)를 버뮤다로 이전했다. 당시 글로벌 실효세율(19.3%)을 적용하면 회피 금액이 37억달러(약 5조6170억원)에 이른다.

영국 가디언지는 “구글은 10년 넘게 이런 방식으로 해외 수익에 대해 한 자릿수 실효세율을 누려왔다”며 “해외 평균 법인세율의 약 4분의 1만 적용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은 구글에 온라인 영업장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2014년 세법을 개정해 더블 아이리시 수법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에 더블 아이리시 구조를 확립한 기업들은 2020년 말까지 눈감아주기로 했다.

미국이 세법을 개정한 것도 구글이 미국에 지식재산권을 모으게 된 배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미국 기업의 해외 보유 지식재산권에 새로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 지식재산권을 등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기업이 해외에서 거둬 외국이 이미 과세한 이익을 미국에 들여올 땐 이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FT는 “최근 미국 행정부가 기업 관련 세법을 개정하면서 미국 기업이 해외 이익을 외국에 쌓아둘 이유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제약사 등은 이미 아일랜드 세법 개정에 맞춰 자사 세금 구조를 바꾼 상태다. 구글이 늦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