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 의회가 총선을 앞두고 3월까지 해산한 상태라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총선을 치르게 돼 지지율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현지 TV방송 연설을 통해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한 사실을 직접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에서 "(면책특권 요청은) 법에 따른 것이며, 여러분과 이스라엘의 미래를 받들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유한 사업가들에게서 선물을 받고 향응을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유도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검찰에 기소됐다. 현직 총리가 검찰에 기소된 건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네타냐후 총리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총리를 포함한 의원들은 면책특권이 자동적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검찰에 의해 기소될 경우 이를 직접 의회에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의회는 면책특권 부여 여부를 표결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스라엘 의회가 오는 3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현재 해산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면책특권 부여 표결은 3월 이후 진행되게 됐다. 면책특권 요청이 의회를 통과하면 기소 내용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게 된다. 면책특권 요청이 의회에서 부결된다 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검찰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는 이득을 누리게 된다.

최근 이스라엘 정국은 혼란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5선을 노리는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보수 연정에 실패하면서 내각 구성 권한을 중도-좌파 진영을 이끄는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그 역시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해 12월 12일을 기해 해산됐다. 이스라엘 의회는 법에 따라 총선 이후 21일 안에 과반의 지지를 받는 구성권자를 선임하지 못하면 자동 해산되며 3개월간의 의무 선거운동 기간을 거친 후 다음 총선을 치르게 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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