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 연금 중이던 곤 전 닛산·르노 회장
악기 상자에 숨어 출국, 터키→레바논
日 검찰 "부끄러움 알린 법원·변호인 책임 커"
가택 연금 중이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탈출기로 일본이 충격에 빠졌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미국 대리인을 통해 "나는 레바논에 있다"며 일본 사법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났음을 선언했다.

지난 2017년 11월 보수 축소 신고와 회사자금 유용 등 혐의로 체포된 곤 전 회장은 1차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다시 체포됐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다시 한 번 보석 석방으로 풀려난 이후엔 가택연금 상태였다.

오는 4월 시작될 예정인 공판을 앞두고 해외 출국 자체가 원천 봉쇄된 상태였으며 그의 주거 역시 도쿄 자택으로 제한되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소지한 프랑스, 브라질, 레바논 여권 모두 변호인이 보관한 상태였기에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 소식은 충격이 컸다.

이에 곤 전 회장의 탈출 경위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MTV, 르몽드 등 레바논과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이 자신의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크리스마스 파티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돌아갈 때 악기 상자에 몸을 숨겨 빠져나왔다는 것.

이후 곤 전 회장은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이용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거쳐 레바논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간사이공항 사무소 측은 지난달 29일 밤 자가용 비행기 한 대가 이스탄불로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자가용 비행기로 출국하는 경우도 일반객과 마찬가지로 출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화물 검사의 경우 자가용 비행기는 의무가 아니어서 기장 등의 판단으로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정부는 전 회장이 프랑스 여권과 레바논 신분증을 갖고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기존 여권은 전부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는 만큼 새 여권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레바논 민병대가 곤 전 회장의 탈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의 탈출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검찰은 언론을 통해 변호사와 법원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한 검찰 간부는 산케이 신문에 "일본의 형사사법 제도의 부끄러움을 전 세계에 알린 법원과 변호인단은 책임이 무겁다"고 양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검찰은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과 레바논은 범죄인인도조약이 맺어져 있지 않아 쉽지 않아 보인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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