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본토 대학생, 시위 참여했다 체포돼…7개월 만에 첫 사례
홍콩 경찰, 체포한 임신부 가혹하게 대했다가 여론 뭇매
홍콩 새해맞이 불꽃놀이 대신 화염병·최루탄 공방전
홍콩에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던 화려한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취소되고 대신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화염병과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모습을 연출했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홍콩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는 인파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올 경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찰의 우려로 인해 취소됐다.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취소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대신 홍콩 도심 항만인 빅토리아 하버 인근의 고층 빌딩 옥상에서는 레이저를 쏘아 올려 라이트 쇼를 연출하고 소규모 불꽃놀이를 했다.

홍콩 시위대는 7개월간 이어진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전날 밤 홍콩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매년 12월 31일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침사추이, 란콰이퐁 등에서 시위대는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이며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발생한 몽콕 지역에서는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등은 물론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까지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홍콩의 저명 작가 탕시우와(鄧小樺)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왼쪽 눈 주변을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타이포 등 주요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인간 띠 시위'를 벌였으며, 프린스에드워드 역 인근에서는 '8·31 사건' 4개월 추모 시위를 했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경찰은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했는데, 이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시위대는 췬완경찰서 인근 주차장 내 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했으며, 툰먼 지역에서는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으로 인해 경전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침사추이 하버시티, 코즈웨이베이 타임스스퀘어 등 도심 주요 쇼핑몰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 중국 본토 배우 류이페이를 광고 모델로 썼다는 이유로 아디다스 매장을 공격했으며, 중국 국영 시틱그룹이 운영권을 가진 맥도널드 매장 기물을 훼손했다.

한편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지난해 6월 초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 대학생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전날 홍콩 판링 법원에서는 지난달 28일 성수이 지역 랜드마크 노스 쇼핑몰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된 5명에 대한 보석 심리가 열렸는데, 이 가운데 중국 광둥기술사범대학 재학생인 허전위(20)가 포함돼 있었다.

허 씨는 홍콩 학생들과 함께 쇼핑몰 내에 시위 포스터를 붙이고 바닥에 쇠못 등을 흩뜨려놓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7일 동안 홍콩에 머무를 수 있는 단기 체류 허가증을 받아 홍콩에 왔다가 시위에 참여했다.

그에 대한 보석이 허용됐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홍콩을 떠날 수 없어 체류 허가를 연장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홍콩 경찰은 체포한 임신부를 가혹하게 대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 30일 저녁 틴수이와이 지역에서는 보행 터널 벽에 시위 포스터 등을 붙이던 남녀 6명이 체포됐는데, 이 가운데 22살 임신부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이 임신부는 몸이 불편해 수차례 구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임신부를 체포한 후 4시간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해 임신부를 지나치게 가혹하게 대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