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규제'에 갇힌 한국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무인 소매점 ‘아마존 고’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스마트폰에 띄운 QR코드를 스캔하고 입장한다. 상품을 갖고 나가면 미리 입력된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 결제된다. 매장 내 각종 센서들이 소비자가 누구인지,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
美 무인점포 '아마존 고', 中 드론으로 농약 살포…한국선 불법

국내에서 아마존 고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불가능’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려면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매장 입장과 안면 인식은 물론 어떤 상품을 집는지까지 모두 개인정보에 포함돼 일일이 소비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국가는 개인정보를 ‘식별’과 ‘비식별’로 구분한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식별정보가 아니라 비식별정보라면 동의가 없어도 연구는 물론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사후 동의를 받으면 식별정보도 이용할 수 있다. 명확하게 금지한 사안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명시적으로 허용한 내용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여전한 한국에는 비식별정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은 1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다.

드론을 활용한 각종 신기술·신사업도 국내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에선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고층빌딩도 관리한다. 한국에서는 드론이 농기계나 건설기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선진국들이 전향적으로 규제를 푼 대표적 사례로 자율주행이 꼽힌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시작된 2010년대 들어 앞다퉈 규제를 완화해 일반도로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선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다. 도로교통법이 운전자가 있는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체계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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