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경제사령탑 정반대 성향

브라질 게지스, 프리드먼 제자
시장 중시하는 시카고학파

아르헨 구스만, 스티글리츠 제자
정부 개입 주장 신케인스학파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재무장관(사진=로이터)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재무장관(사진=로이터)

남미의 양강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정반대의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이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달 집권한 아르헨티나에선 좌파 성향의 정부 주도 경제 실험이 시작됐다. 두 나라의 경제 사령탑은 정반대 성향의 경제학자가 각각 맡고 있다.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재무장관(70)은 신자유주의 및 통화주의를 주창한 밀턴 프리드먼의 제자이며,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37)은 네오 케인지언의 대표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제자다.

상이한 배경의 두 나라 경제 사령탑
브라질판 프리드먼 vs 아르헨판 스티글리츠…누가 웃을까

게지스 장관은 정부 개입보다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다. 그는 1970년대에 시카고대에서 프리드먼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0년대에 남미 칠레로 넘어가 칠레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이 당시 추진했던 자유주의적 정책 실험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게지스 장관은 올 1월 브라질 재무장관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에서 피노체트식 경제 개혁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취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경제를 바꾸기 위해 30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구스만 장관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발탁한 장관이다. 외신들은 구스만 장관이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제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1년 양극화와 불평등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다. 그는 경제 위기 등을 대비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주장하는 신케인스학파로 분류된다.

구스만 장관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컬럼비아대에서 스티글리츠 교수의 지도 아래 공부했다. 2016년에는 그와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돈독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구스만의 아르헨티나 경제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문을 내 “아르헨티나가 구스만을 선택한 건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브라질에 자유주의 심는 게지스

게지스 장관은 여러 친시장 개혁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연금개혁을 이뤄냈다. 이 외에도 100개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 현행 34%인 법인세 최고 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등 브라질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게지스 장관의 친시장 개혁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브라질의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게지스 장관 취임 후 1년 동안 36%가량 뛰었다. 브라질의 올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4년 이래 최고치인 0.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달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브라질 경제부는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85%에서 0.90%로, 2.17%에서 2.32%로 높였다. 2021년부터는 2.5%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주도 좌파 실험 나선 구스만

구스만 장관이 최근 내놓고 있는 정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옹호하는 스티글리츠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새 아르헨티나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나섰다. 구스만 장관이 지난 17일 직접 발표한 경제 대책에는 달러 등 외환을 구입할 때 30%의 세금을 부과하고, 고가 자산에 대한 재산세를 높이는 방안 등이 담겼다. 아르헨티나의 핵심 수출품인 농산물 수출세를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앞서 14일엔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를 어렵게 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구스만 장관은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를 사고 있다. 증세는 기업과 근로자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며, 아르헨티나의 총외채가 3000억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면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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