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 동참 무용수들, 팔레 가르니에 앞에서 거리 공연
42세 이후 혜택받는 현행 특수연금 사라질 위기
파리 오페라발레단이 거리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한 까닭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파리 중심가의 팔레 가르니에 앞.
흰색 튀튀와 토슈즈 등 발레 의상을 입고 나온 무용수들이 야외의 간이무대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자 거리에서는 파업 집회에 나온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프랑스 국립 파리오페라발레단(Opera de Paris) 소속 무용수 40여 명은 파리 오페라 심포니가 직접 연주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춰 대리석의 차가운 바닥 위에서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을 공연했다.

무용수들의 뒤에 걸린 현수막에 "파리 오페라는 파업 중", "문화가 위험에 처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것처럼, 이들이 야외무대에 나선 것은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퇴직연금 개편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인 알렉상드르 카르니아토는 "파업 중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소중한 순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면서 "날이 매우 춥지만, 우리 여성 무용수들이 도전에 나서고 오케스트라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고 일간 르 몽드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오페라 발레단은 프랑스 정부의 연금체제 개편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보름째 참여하고 있다.

파리 오페라발레단이 거리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한 까닭

이에 따라 현재 연말 성수기 시즌 12월 오페라 발레단의 주요 공연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오페라 발레단은 3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국립 발레단으로, 제 1무용수(프르미에르당쇠즈) 박세은 등 한국인 단원들도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의 정상급 발레단으로 손꼽힌다.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들은 어린 나이부터 부상의 위험이 큰 격렬한 육체 활동을 하고 일찍 은퇴한 뒤에는 무용을 계속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현행 연금제도에서 다른 직업군보다 훨씬 이른 42세부터 은퇴를 시작, 이때부터 최소 1천67유로(약 138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무용수 엘로이즈 조크비엘(23)은 르 몽드에 "무용학교에 8살에 입학해 가족을 떠나 학교도 옮겼다.

매일 5시간씩 춤을 추는데 피로 골절, 관절 통증, 잦은 부상 등에 시달린다.

많은 동료가 바칼로레아(대입자격시험)도 치르지 못한다"면서 정부가 연금 혜택을 빼앗으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41세인 카르니아토도 내년에 은퇴하면 곧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새 제도에서는 이런 복지는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정부가 구상하는 새 연금제도에서 기존의 특별연금 혜택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문화기관은 국립오페라발레단과 국립 연극원(코메디프랑세즈) 두 곳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에 적합하게 연금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단일연금 체제 도입으로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지만,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르니아토는 "우리가 무대에서 발랄한 무용수들을 계속 보기를 바란다면 64세까지 (무대에서) 일하게 할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 오페라발레단이 거리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한 까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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