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노 와세다大 교수 "비난 주고받기 멈춘 점에선 전진한 것"

중국 청두(成都)에서 24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일 전문가들은 대체로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25일 자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떠오른 것이 중일(中日) 관계가 얼어붙었던 2014년 11월의 아베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이라며 "약 3년 만의 당시 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악화에 제동이 걸린 것처럼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 및 수출 규제 등 현안에서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두 정상이 한자리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는 한때 반일 캠페인을 통한 지지율 향상을 노렸지만, 측근의 스캔들이 불거진 것도 있고 해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내년 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되는 것을 피할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교수는 징용 문제 해결책으로 양국에서 기부금을 모으는 내용의 법안이 문희상 국회의장 주도로 제출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중요한 점은 한국 정부가 국내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라며 징용 피해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심화 시켜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아울러 일본 정부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수출 규제 조치를 조기에 철회하라는 한국 요구에 즉각 응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이번 정상 회담에 앞서 반도체 관련 소재 한 품목의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처럼 일본이 한국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韓日전문가들 "양국 정상회담, 관계개선 계기…낙관은 어려워"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도시샤(同志社)대 교수(한국정치)도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대립은 대립으로 남겨 놓고 서로 만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여준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아사바 교수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징용 문제를 놓고 양측이 원칙적인 주장을 하면서 안이(安易)한 타협을 하지 않았다며 일본 입장에선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태평양전쟁 이후의 국제질서를 뒤집는 것을 의미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출 규제 문제는 양쪽이 실질적 부분에서 조금씩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 점차 정상화하겠지만 징용 소송 문제는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경색된 한일 관계를 절대로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와세다(早稻田) 교수(동아시아국제관계사)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전후(戰後)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에서 솔직한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비난 주고받기가 멈췄다는 점에선 전진(前進)한 것"이라고 이번 정상회담을 총평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 직전에 수출 규제 일부를 완화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일정한 평가를 한 점을 거론하면서 두 정상은 국민 정서 때문에 노골적으로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국제관계론)는 "지금 타이밍에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웠다"면서 1년 3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성과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당국 간 협의가 속도를 내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역사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