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

미국, 中에 압도적 군사적 우위
양국은 낮은 단계의 新냉전
'좋은 리더'는 소통·단합해야
정직하지 않은 트럼프 '나쁜 리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리더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난 10월 3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에서 열린 《대변동》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경DB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리더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난 10월 3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에서 열린 《대변동》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경DB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이자 스테디셀러 《총, 균, 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조심스럽게 미래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주요 문제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처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관련해 정치 지도자의
"中 경제가 美 추월해도 독재로 제 기능 못해…美, 초강대국 유지"

역할을 강조했다. 좋은 리더의 조건으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국민을 단합시키는 능력’을 꼽았다. 한·일 관계에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면서도 한국 정치인들이 인기만을 위해 공개적으로 ‘일본 때리기’를 하는 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6월 펴낸 《대변동》에선 국가의 위기를 다뤄 주목받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를 지난 17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치적 양극화는 좋은 리더가 (나쁜 리더와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입니다. 좋은 리더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를 통해 그들의 걱정거리를 인식하며 생각이 다른 사람 가운데서도 협력자를 발굴해 기용함으로써 그들의 우려를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양극화를 성공적으로 다룬 사례가 있을까요.

“1918년 내전 종식 후 핀란드가 그런 사례입니다. 그 내전은 승자가 패자를 대량 학살한, 잔인한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쪽은 신속히 화해했고 승자는 패자의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회복시켰습니다. 내전이 끝난 뒤 8년 만에 패자 쪽 정치인이 총리가 됐을 정도입니다. 모든 핀란드 국민이 독특한 핀란드어에 기반한 문화적 유산과 국민 서사인 ‘칼레발라’를 공유한 게 도움이 됐습니다. 핀란드 사례에 비춰보면 한국도 한국어와 한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경험 등이 도움이 될 겁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리더는 누구입니까.

“단연 윈스턴 처칠을 꼽겠습니다. 처칠은 (2차 대전 때) 영국인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설득해 영국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장군들을 잘 다뤘을 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히틀러의 위험을 간파해 전쟁 전략을 (성공적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리더입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걸 잘못하는 나쁜 리더의 사례입니다. 그는 양극화를 줄이려 하는 대신 부추깁니다. 정직하지도 않습니다.”

▷《대변동》에서 ‘미국이 민주정부를 유지하고 중국이 독재를 고집하는 한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조만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전망인데, 그래도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할까요.

“물론입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커지더라도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남을 겁니다. 중국은 독재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할 겁니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10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원자력 항모가 없습니다. 원자력 항모 한 척을 건조하는 데만 5년이 걸립니다.”

▷미국 내 정책당국자와 싱크탱크에선 ‘미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이 중국’이란 공감대가 있는 듯합니다.

“절대 아닙니다. 미국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입니다.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건 양극화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파괴할 수 없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대변동》에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비판하며 “심지어 가까운 친척이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썼다.)

▷미·중이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낮은 단계의 신냉전 상태입니다.”

▷미·중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은 미·중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양쪽 정부 당국자와 많은 레벨에서 꾸준히 비공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까요.

“그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딜(거래)을 미국이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길 원하지만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거부하는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법은 뭘까요.

“북한에 비공개 대화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결국엔 그런 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화의 진전 상황을 외부에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비공개 대화를 이어가는 겁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방한했을 때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북한을 꼽으며, 한국은 핀란드가 위협적 이웃인 러시아와 다양한 물밑대화를 지속한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한·일 간 역사적 갈등은 어떻게 해소해야 합니까. 《대변동》에서 지적했듯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폴란드 방문 때 무릎을 꿇고 나치의 전쟁 범죄를 사과했지만 일본엔 그런 총리가 없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용서를 구할 리더를 찾기까진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겁니다. 최근 방한했을 때 일본이 사과를 거부하는 데 대한 한국인의 불만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인들로부터 현재 한국의 정치인들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개적으로 ‘일본 때리기’를 한다는 불만도 많이 접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건 역효과를 낳을 겁니다.”

▷《대변동》에서 세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네 가지 문제 중 하나로 불평등을 꼽았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치유할 최선의 방법은 뭘까요. (다이아몬드 교수가 지적한 다른 세 가지는 핵무기 폭발, 기후변화, 세계적 자원고갈이다.)

“최선의 방법은 빈곤층에 투자하는 겁니다.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덜한 일본이 그걸 잘합니다. 일본은 교육이 취약한 지방에 더 많이 투자합니다. 반면 미국은 그런 지역에 투자를 덜 하고,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AI 같은 신기술 때문에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래 사람들은 신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왔습니다. 예컨대 항만 노동자들은 60년 전 컨테이너로 화물 선적이 가능해지자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합니다. 세계의 주요 문제는 우리 인간이 야기한 것이지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건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걸 멈추는 것이고, 그걸 멈추는 데 필요한 건 정치적 의지입니다.”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은 뭡니까.

“저는 개개인과 개별적인 사건을 설명하며 사실(팩트)에 살을 붙이고, 제 개인의 경험과 인식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라틴어 등 수개국어 구사하는 언어능력자 "한글은 가장 뛰어난 문자"

■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82)는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이다. 생리학자로 출발해 생물리학, 조류학, 생태학, 지리학, 진화생물학, 인류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2005년 미국 외교 전문 ‘포린폴리시’와 영국 월간 ‘프로스펙트’가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대중 지식인’ 중 9위에 올랐다. 《총,균,쇠》 외에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다양한 인문과학서를 펴냈다. 올해 6년 만의 신작 《대변동》에선 국가의 위기로까지 관심 분야를 확장했다.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수개국어를 구사하지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학습하기 쉬운 문자”라고 평가하는 ‘한글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강의와 집필, 해외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37년 미국 보스턴 출생 △하버드대 역사학과 △케임브리지대 생리학 박사 △《제3의 침팬지》로 1997년 영국 과학출판상, 미국 LA타임스 출판상 수상 △《총, 균, 쇠》로 1998년 퓰리처상, 영국 과학출판상 수상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