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여당인 보수당의 총선 압승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지만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없이 EU 관세동맹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국 하원은 지난 20일 EU 탈퇴협정법안(WAB) 표결에서 찬성 358 대 반대 234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7~9일 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수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거쳐 다시 한번 하원에서 최종 의결을 할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12일 총선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하원 최종 의결에서도 무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하원을 최종 통과하면 상원 의결을 거친 뒤 여왕 재가를 얻어 정식 법률 효력을 가진다. 상원 의결과 여왕 재가는 하원 의결을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다.

이번 탈퇴협정법안엔 영국과 EU가 지난 10월 합의한 새 브렉시트 안이 모두 반영됐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31일 ‘정치적’ 브렉시트, 후년 1월 1일엔 ‘경제적’ 브렉시트를 단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 1월 31일부터 영국은 EU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에서 공식 탈퇴한다. 또 내년 말까지 전환기간(준비기간)을 거쳐 EU 단일시장에서 빠진다. 이 기간에 영국과 EU는 FTA를 맺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FTA를 체결할 기간이 촉박해도 준비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외환시장은 ‘노딜 브렉시트’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렉시트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지난 20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당 달러 환율은 1.29달러까지 떨어지면서 1.30달러 선이 무너졌다. 파운드화 가치는 영국 총선 결과가 확정된 13일 19개월 만에 최고치인 1.3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FTA 체결 없이도 EU 관세동맹을 떠나겠다고 밝힌 16일부터 파운드화 가치는 닷새 연속 하락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