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정부가 설치한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 놓고 논란 분분
베네수엘라 밝힌 화려한 성탄장식…"이럴 때냐" vs "기분 내야"
베네수엘라 정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수도 카라카스 등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베네수엘라 국민은 아름다운 성탄 장식을 마냥 즐기지만은 못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현지에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카라카스에서만 공공장소 22곳에 조명 장식을 설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것은 과이레강 위에 설치된 조명이다.

카라카스 생활 하수로 오염된 강 위로 500만 개의 전구가 내걸렸다.

오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이렇게 호화로운 조명 장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AP에 전했다.

베네수엘라 밝힌 화려한 성탄장식…"이럴 때냐" vs "기분 내야"
올해 잦은 정전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겐 화려한 조명이 불편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3월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많은 이들이 여러 날 동안 어둠에 잠겨 살았다.

이후에도 대규모 정전은 여러 차례 이어졌고 여전히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비판론자들은 정권의 부패와 노후한 전력 시설을 잦은 정전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마두로 정권은 미국이 전력망에 사이버 공격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라카스에 사는 엘리나 몬타뇨(76)는 로이터에 "예쁘긴 하지만 조명이 너무 많다"며 "전력이 부족한 곳들이 있는데 여긴 너무 불빛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환하게 조명이 켜진 과이레강을 지나던 한 운전사는 창문 밖으로 "베네수엘라가 위기라던데"라고 냉소적으로 외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만큼이라도 시름을 잊고 들뜬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베네수엘라 밝힌 화려한 성탄장식…"이럴 때냐" vs "기분 내야"
발렌시아 시민 미그달리아 테란(36)은 로이터에 "그동안 많이 슬펐으니 조금은 기쁘고 싶다.

나 역시 가족 절반이 베네수엘라를 떠난 사람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조명을 보러 나온 과달루페 파레스는 AP통신에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좀 기이한 풍경이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는 것도 좋지만 베네수엘라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겉으로만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정말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50만 명 넘는 이들이 이민을 택하면서 베네수엘라엔 이산가족이 늘어났고, 치안 악화로 밤에는 거리에 인적이 드물어졌다.

윌리암스 창(34)은 AP에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떤 두려움도 위험도 느끼지 않고 거리를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밝힌 화려한 성탄장식…"이럴 때냐" vs "기분 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