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의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수입 금지 원해
글로벌 차업계 "전기차 출시 영향 받을까" 걱정
WSJ "LG화학과 SK이노 싸움에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전긍긍'"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소송전을 벌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수급에 차질을 빚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를 생산할 때 테슬라와의 경쟁, 수천 개의 미국 일자리, 중국과 경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등 걸림돌이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소송전도 위험 요소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기밀을 훔쳐 폭스바겐과 큰 계약을 맺었고, 이후 증거를 인멸했다"고 ITC에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직원을 채용한 뒤 LG화학으로부터 정보를 배웠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영업기밀을 빼돌렸다'는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에서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관련 문서들이 삭제됐기 때문에 법정 모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ITC 조사팀은 LG화학 측 의견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평했다. 지난달 말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이 조기 패소 판결을 정당화했다"고 밝혔다. 이 판단이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배터리 공급이 금지된다.

불확실성은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자동차 완성차업체들에도 문제다.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을 핵심 배터리 공급사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잭슨 카운티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펜실베니아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과 150마일 떨어져 있다. 미국 포드차도 잠재적 피해자로 꼽힌다. 한 소식통은 "포드는 SK이노베이션의 새 공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픽업트럭 모델인 F150의 전기차 버전 배터리를 공급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WSJ는 "이런 상황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해지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 3월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등은 2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SK이노베이션의 새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전기차 옹호론자는 아니지만 중국의 배터리 산업 장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미래 산업인 배터리 공급 체인을 가까이 두려고 한다. EU는 최근 배터리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32억유로를 지원하는 안을 승인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과 배터리 제조 합작법인을 세운다. 두 회사는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에 있는 GM 공장 근처에 23억달러짜리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6월 스웨덴의 스타트업인 노스볼트와 자체 배터리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WSJ는 "
한국 기업 간 법정 공방이 끝나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업체와 정치인 모두에게 힘든 선택이 강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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