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반대 총파업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침묵을 지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파업 시작 8일 만에 처음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며 후퇴 없는 개혁 의지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편 과제는 21세기 복지국가를 위한 역사적인 개혁”이라며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연금개혁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우리의 시스템을 변화시켜 시대에 맞는 활력을 주기 위한 것으로, (개혁 추진이) 단순히 재정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정부는 노조와 계속 협의하면서 (연금개혁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정부는 (총파업으로 생긴) 시민들의 고통도 같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연금개혁 저지 총파업과 대규모 장외집회가 시작된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으로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연금개혁 문제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 일임하고 사태를 주시하며 침묵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계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에 적합하게 연금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단일 연금 체계 도입을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과 산하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시작한 총파업은 1995년 총파업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파업으로 평가된다.

주요 노조는 필리프 총리가 11일 발표에서 몇 가지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최소 크리스마스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17일 제3차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 대회를 전국에서 열 계획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