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내년 1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단행해도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향후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결과에 따라 한국 기업의 대(對)유럽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英-EU간 FTA 불발 땐 한국기업 對유럽수출 차질 빚을수도"
국회는 지난 10월 28일 본회의에서 한·영 FTA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앞서 양국 정부는 8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양국 FTA는 영국이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면 자동 발효된다.

영국은 내년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내년 12월 말까지의 전환(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 1월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한·영 FTA 발효 시점은 이때부터다.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아무런 합의 없는 EU 탈퇴)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즉시 한·영 FTA는 발효된다.

영국은 EU 회원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한국의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기준 양국 간 교역규모는 131억달러에 이른다. 외교부와 주영 한국대사관은 “한·영 FTA 체결에 따라 브렉시트에도 양국 간 통상 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영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관세 부과 및 인증 방식에는 지금과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전환기간 동안 영국과 EU가 FTA 체결에 실패하면 EU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아 있으면 유럽 어느 지역에서 영국으로 수출하더라도 EU 역내 수출로 인정받는다.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영국이 전환기간 동안 EU와의 FTA를 타결하지 못하면 EU에서 영국으로 수출 시 관세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동유럽에 법인을 세워 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EU에서 생산한 제품을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KOTRA 런던지사 관계자는 “영국과 EU가 전환기간 내 FTA를 맺기만 한다면 관세 체계 등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