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클라우스 캠벨수프컴퍼니 CEO

군대서 배운 리더십 경영에 접목
식어가던 150년 캠벨수프 살려놔

美 육사 나와 파일럿 6년 복무
실적 악화 캠벨수프에 구원 등판
연초 대비 주가 48% 상승
일러스트 = 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일러스트 = 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식품업계 베테랑 최고경영자(CEO)가 차갑게 식은 캠벨수프를 데우고 있다.” 지난 1월 임기를 시작한 마크 클라우스 캠벨수프컴퍼니(캠벨수프) 사장 겸 CEO를 두고 외신들이 하는 얘기다. 매출 하락세에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20% 내린 캠벨수프는 올 들어 주가가 48% 뛰었다. 지난 4일 발표한 2020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캠벨수프는 10분기 만에 처음으로 수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캠벨수프를 “주식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캠벨수프는 1868년 설립된 식품 기업이다. 캠벨수프, V8, 프레고, 퍼시픽푸드 등 브랜드가 있는 식음료 부문과 페퍼리지팜, 골드피시, 밀라노, 케틀칩스, 케이프코드 등을 비롯한 스낵 부문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美 육사 출신…‘목적 집중 경영’ 특징

클라우스 CEO는 식품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기업마다 산하 브랜드가 많은 게 특징인 식품업계에서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용 자원을 핵심 사업이나 새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몰아주는 경영 방식을 주로 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목적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클라우스 CEO는 “누구든 휘하에 뛰어난 부대가 있더라도 4~5개 전선에서 싸우려 한다면 병력을 흩어놓을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모든 전투에서 이길 확률은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차라리 주요 전선을 집중 공략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CEO는 1990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6년여간 미군 파일럿으로 복무했다. 대위로 제대한 그는 1996년 다국적 식품 기업 크래프트에 입사했다. 영업·마케팅, 신제품 개발 등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12년 크래프트가 제과 부문과 글로벌 사업 부문을 분사해 몬델리즈인터내셔널을 설립하자 몬델리즈 북미 부문 사장을 맡았다. 이후 몬델리즈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 최고성장책임자를 거쳐 CEO를 지냈다. 2016년 5월엔 포장식품 기업인 피너클푸드 CEO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11월까지 재직하는 동안 피너클푸드 주가를 54% 끌어올렸다. 건강 중시 트렌드가 번지면서 당시 포장식품업계가 대부분 고전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공이다.

○일부 브랜드 과감히 매각…핵심만 살려

클라우스 CEO는 캠벨수프가 실적 악화로 시달리던 중 스카우트됐다. 임기 초반부터 캠벨수프 산하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브랜드를 과감히 줄였다. 지난 3월엔 살사소스 브랜드 가든프레시고메를, 지난 6월엔 유기농 음료 브랜드 볼트하우스팜즈를 각각 매각했다. 지난 7월엔 쿠키 브랜드인 아노츠를 사모펀드 KKR에 팔았다. 캠벨수프 중에서도 판매량이 낮은 일부 수프 제품은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클라우스 CEO는 남은 사업 중 캠벨수프 컴퍼니의 핵심인 수프 부문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다. WSJ에 따르면 캠벨수프 판매량은 지난 9년 중 8년간 감소했다. 클라우스 CEO는 유통망 강화, 제품 질 제고, 광고 확대 등을 중단기 과제로 내세웠다.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클라우스 CEO는 “최근 식품 시장에서 수프 인기가 떨어졌다 해도 채소와 단백질이 들어간 간편식품에 대한 수요는 높다”며 “관건은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반응하는 방식으로 마케팅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수프가 최근 신선한 식재료와 영양소 등을 부각해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다. ‘캠벨수프 연구개발 담당 영양사의 하루’ ‘캠벨수프 재료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와의 인터뷰’ 등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 잇달아 내놨다.

○“특정 소비자층 세분화해 공략해야”

클라우스 CEO는 앞으로 3년간 수프 사업에 7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양한 소비자군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전 같은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요즘 식품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클라우스 CEO는 “예전 식품 시장은 크래프트와 제너럴밀스 등 주로 대기업끼리 경쟁했지만 이젠 누구든 점포 유통망이 없이도 온라인 시장에서 자기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며 “특정 소비자층에 집중한 특색 있는 제품이 있어야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내놓을 신제품 중 대표적인 게 뼈 육수다. 간편하게 단백질을 섭취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클라우스 CEO는 “뼈 육수는 한 컵에 단백질 6~8g을 섭취할 수 있다”며 “여기에다 차 추출물을 섞고 향을 더하면 오후에 건강 간식으로도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낵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분화된 시장별로 제품군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크래커 시장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유아용 크래커 시장을 공략하고, 토르티야칩 시장에선 유기농 토르티야칩 부문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 덕분에 유기농 브랜드를 위주로 스낵 부문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 3분기 캠벨수프 스낵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 4분기엔 3% 성장했다.

○시장 트렌드 변화 민감

캠벨수프는 최근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조리법 수를 늘렸다. 모두 캔수프나 파스타 소스 등 기존 제품을 이용해 만드는 요리다. 클라우스 CEO는 “밀레니얼 세대가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면서 점점 집에서 요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모든 재료를 처음부터 준비하기보다는 포장식품을 조합해 식사를 만드는 게 이들의 특징이라 이에 적합한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트렌드도 적극 활용한다. 가전제품 시장에서 다목적 압력 조리기구인 인스턴트팟 판매량이 늘자 캠벨수프 웹사이트에 인스턴트팟을 활용한 조리법을 대거 올렸다. 1996년 크래프트 재직 당시 경험을 살렸다. 당시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의 치킨너겟이 큰 인기를 끌자 클라우스 CEO는 크래프트의 기존 제품인 ‘쉐이크앤베이크’를 활용해 오븐으로 간단히 구워 내는 치킨너겟 요리법을 내놨다. 이를 가지고 더 건강한 치킨너겟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자 쉐이크앤베이크 매출이 확 올랐다.

클라우스 CEO는 “매번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새로 내놓을 필요는 없다”며 “달라진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여기에 기존 브랜드나 제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존 브랜드에 활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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