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산업생산이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침체를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인 독일이 산업 침체에 빠진 만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의 4분기 경제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지난 10월 산업생산이 작년 같은 달보다 5.3% 감소했다고 이달 6일 발표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전월 대비 감소폭도 9월 0.6%, 10월 1.7%로 가팔라졌다.

FT는 “대다수 제조업체가 11월 산업생산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독일 제조업 침체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수출 중심인 독일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자동차 생산량 감소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특히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은 EU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전기자동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9~10월 독일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FT는 “자동차산업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벤츠, 아우디 등 완성차업계부터 콘티넨탈, 보쉬 등 자동차 부품업계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약 5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내년 감원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은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지만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1% 증가해 가까스로 불황을 피했다. 산업생산 감소를 가계와 정부 지출 증가분이 상쇄한 덕분이다. 하지만 제조업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4분기 다시 역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