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이행 못한 '비참한 무능' 가리려는 술수" 반박
유럽 "이란, 핵탄두 탑재능력 탄도미사일 보유"…위태한 핵합의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이후 사실상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유럽 측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문제 삼고 나섰다.

유럽 측 3개 핵합의 서명국(영·프·독) 유엔 주재 대사는 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31호를 어기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은 다음 안보리 회의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 결의 2231호와 불일치한다는 점을 통보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5년 7월 핵합의 타결 직후 결의 2231호로 다자간 합의로 성사된 핵합의의 이행과 효력을 보증했다.

이를 보면 이란은 핵합의 채택일(2015년 10월 18일) 이후 8년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활동을 절대로 할 수 없다.

이란은 사거리가 최장 2천㎞인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지만, 이 탄도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 이후 IAEA가 주기적 핵사찰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검증한 만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3개 유럽 서명국은 이번 서한에서 이란이 보유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3가 핵탄두 장착 기술을 사용했다면서 한때(2002∼2003년)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연구를 시행했다는 점을 확인한 IAEA의 보고서를 거론했다.

이란은 올해 4월 샤하브-3 계열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유럽 측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거론한 것은 핵합의의 존속이 매우 위태로워진다는 신호다.

그렇지 않아도 핵합의가 점점 붕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던 와중에 유럽 3개국의 이번 서한은 핵합의에서 자신들도 발을 빼기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강행'한 이란에 핵합의 폐기의 책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3개국은 미국의 핵합의 파기 뒤 정치적으로는 이 합의가 존속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으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융 거래 등 핵합의에서 이란에 한 약속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이란은 이에 대응해 올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4단계에 걸쳐 핵합의에서 제한·동결한 핵프로그램을 일부 재개해 핵합의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유럽은 이란에 핵합의에 복귀하라고 요구하면서도 그 대가로 핵합의에서 정한 의무인 이란의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지는 않아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사실상 동참했다.

경제적 조처를 이행하는 대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핵합의를 구제하려고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을 주선해 '한 방'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다 무산됐다.

핵합의를 구제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프랑스마저 지난달 27일 이란의 핵합의 이행 축소 조처를 구실로 핵합의의 공식 폐기로 가는 통로인 분쟁 조정 절차를 가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 측 3개국의 공동 서한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의 미사일에 대한 유럽 3개국의 이번 서한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거짓이며 핵합의의 의무를 손톱만큼도 이행할 수 없는 그들의 비참한 무능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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