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이란·터키·러시아, 옛 IS 점령지 쟁탈전 돌입"
미국은 석유에만 집착…강호 대리세력 활개쳐 주민고통 지속
IS 격퇴 후 전리품 아귀다툼…'이라크·시리아의 봄' 없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점령지가 탈환되고 우두머리도 제거됐으나 이권을 노린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다툼 때문에 이라크와 시리아는 계속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4일(미국동부 현지시간) 'ISIS(IS의 옛 약칭) 점령지를 노리는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제목으로 이들 국가에서 복잡하게 전개되는 전선의 양상을 소개했다.

IS는 2014년 전성기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현재의 영국 영토에 해당하는 점령지를 관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과 러시아군의 개입으로 IS가 점령지에서 패퇴하고 우두머리 바그다디도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제거됐다.

이후 강대국과 지역 강국은 IS의 점령지와 석유 자원, 지역 내 영향력을 놓고 쟁탈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재 IS가 쫓겨난 이라크·시리아 땅은 이란, 러시아, 미국, 터키의 군대나 그들을 대리하는 갖은 무장세력들로 채워졌다.

IS 격퇴 후 전리품 아귀다툼…'이라크·시리아의 봄' 없다

특히 이란의 영향력 확대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헤즈볼라나 민중동원군(PMU)을 비롯한 이란 연계 시아파 민병대 규모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각각 1천명과 5천명 수준이다.

미국은 시리아에 배치된 이란혁명수비대(IRGC) 병력이 수천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라크에서 IS와 싸운 PMU에는 IRGC 연계 조직이 다수 침투했고, PMU 지도부는 IRGC의 최정예 부대인 쿠드스군(軍)과 협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를 '전략적 통로'로 인식하고 이란 세력 확대를 심각하게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시설로 추정되는 목표물에 수시로 공습을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공개된 위성 사진을 보면 이스라엘이 이란 기지로 의심하는 시설이 이스라엘이 장악해 자국 국경으로 주장하고 있는 골란고원을 따라 분포한다.

IS 격퇴 후 전리품 아귀다툼…'이라크·시리아의 봄' 없다

터키는 아예 시리아 북부 전체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터키군은 2016년에 시리아 자라불루스로 진격해 쿠르드 민병대가 시리아 북서부로 확장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작년에는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거주지역 아프린을 사실상 점령했다.

올해 10월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재배치 후에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탈아브야드까지 장악했다.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반군 점령지역 이들립뿐만 아니라 자라불루스, 아프린, 탈아브야드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터키는 친(親)터키 시리아 반군 조직을 모아 올해 '시리아국민군'(SNA)를 구성하고, 쿠르드 공격에 앞장세웠다.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도 터키는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월경 공습과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FP는 터키의 이러한 확장세를 "오스만제국 이후 최대 세력 팽창"이라고 평가했다.

IS 격퇴 후 전리품 아귀다툼…'이라크·시리아의 봄' 없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중동과 동(東)지중해 거점을 마련했다.

시리아 동부 라타키아에 러시아 해군과 공군 기지를 안정적으로 구축했고, 미군 철수 후 힘의 공백을 노리며 러시아군 헌병대를 시리아 동부 지역까지 보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정부군, 반군, 터키, 쿠르드 사이 충돌을 이용해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중동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옛 IS 점령지, 특히 시리아에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이라크 "석유를 지키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스스로 밝혔다.

FP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동부에서 마지막 IS 점령지에서 전투를 종료한 후 약 5만2천㎢ 땅에서 770만명을 IS의 압제로부터 해방했다고 선포했으나 각국의 이권 다툼에 주민의 안정과 평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는 23만명에 이르는 국내 피란민이 있고, 시리아에서 온 난민도 23만명이나 된다.

올해 10월에만도 터키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북부에서 20만명이 피란했다.

1만2천명은 국경을 넘어 이라크까지 피신했다.

IS로부터 학살을 당하고 성노예로 유린당한 소수민족 야지디인(人) 3천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FP는 "바그다디 제거 성공은 테러범 제거 같은 단기 전술로는 불안정과 극단주의에 대한 장기적 해법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미국이 시리아에서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IS 격퇴 후 전리품 아귀다툼…'이라크·시리아의 봄' 없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