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고든 전 국가정보국 부국장 "국가 안보 이슈를 경제에 초점맞춰"
"정보보고서 분석·이해에 대한 생각없이 백악관에 입성한 첫 대통령"
전직 美국가정보국 2인자 "트럼프, 정보브리핑 들으면 의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으로부터 정보 브리핑을 들을 때면 의심부터 했다고 전직 국가정보국 부국장 수전 고든이 3일(현지시간) 폭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고든은 전날 열린 여성외교정책그룹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대통령이라면 정보 보고서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이해 없이 백악관에 입성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보고를 받을 때면 으레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는 "나는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이고, 다른 하나는 첫 질문에서 파생된 것으로 "어째서 그게 사실이지?",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지?" 등의 질문이라고 한다.

고든은 28세 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브리핑한 것을 비롯해 30여년간 정보 분야에서 일해온 베테랑이다.

그의 이러한 공개발언은 지난 7월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이 사임한 후 그가 국장 대행으로 승진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막은 후 처음이다.

고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정보를 의심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자신만의 의견과 믿음을 형성하는 정보를 도대체 어디서 얻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게 더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보 요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믿고 있는 정보 소스에 대해 판단하고 그러한 그의 믿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CNN은 "고든이 승진하지 못하고 밀려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장악할 정치적 충신을 그 자리에 앉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사임한 코츠 전 국장이 북한과 러시아,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이란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 싶어하는 관점과 반대의 의견을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보 분야에서 일한 것은 평생의 명예이며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한 고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과 달리 국가 안보 이슈를 완전히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다룬다고 지적했다.

그는 "즉석 농구 경기를 할 때 다른 모두는 경기의 룰을 아는데 오직 한 사람만 다른 방식으로 경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트럼프는 다른 질문을 하고 다른 것을 추구한다.

그는 다른 신념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에 접근할 때 경제적 관점으로 하는 반면, 정보 관계자들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군사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개 일주일에 두세번 어김없이 정보보고를 받았고, 이러한 보고는 한 번에 30분에서 1시간가량 걸렸다.

고든은 "보고는 대통령이 하는 일에 관련이 있거나 그가 들어야 하는 일과 관련한 내용"이라며 자신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든은 대통령마다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은 달랐다고 소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보를 탐독하고 왕성하게 소비했으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늘 주머니 속에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3~5개의 정보를 넣고 다니길 바랐다고 그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