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동맹국, 트럼프 취임 전 2015년부터 방위비 늘려
금전지급 아닌 국방예산 확대…"트럼프 압박 저의는 무기장사"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인상이 자신 덕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미 일부 국가가 방위비 지출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취임한 뒤로 나토 동맹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숫자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나서서 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한 덕에 이들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했다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하지만 3일 미국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나토의 여러 회원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2년 전인 2015년부터 국방예산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나토 회원국이 GDP 대비 방위비를 늘린 것은 냉전 종료 이래 처음 있는 일로, 포린폴리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그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바로 그 해,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GDP 대비 방위비를 2%까지 늘리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이 GDP 대비 2%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을 나토에 빚을 진 국가처럼 묘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나토에 대한 동맹국들의 기여는 각국이 사정이 되는 대로 자국 국방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GDP 대비 2%도 자율적으로 달성할 합의의 성격이 있다.

나토 방위비 증액 추세…"트럼프 압박 아닌 러시아 위협 때문"
29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이 방위비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거나 이를 달성한 국가는 9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몇몇 회원국이 공격적으로 방위비를 늘려나가고 있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지난 5년 새 국방비를 2배로 증액했으며 루마니아,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국방에 매년 GDP 대비 2%의 예산을 배정하는 안건을 국회에서 발의해 통과시켰다.

불가리아 같은 경우 국방 예산을 꾸준히 늘리며 올해 기준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이 미국(3.4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3.25%를 기록했다.

2014년에 비하면 무려 146.21% 증가한 것이다.

서유럽에선 룩셈부르크가 5년 새 47.37% 증액했다.

네덜란드, 독일도 대폭 확대했다.

독일은 지난달 2031년까지 2% 가이드라인을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님에도 나토 동맹국들에 국방예산 확대를 압박하는 것은 자국 방산업체 이익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군사 동맹국들이 국방예산을 늘리면 무기의 호환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미국의 무기를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4년 대비 방위비가 증가 비율이 가장 높은 불가리아는 지난 7월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8대를 16억7천만달러(한화 약 1조9천941억원)에 구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8년 독일과 프랑스가 국방예산 증액을 약속하며 유럽 자체의 무기산업 육성안을 제시하자 나토 기여도가 높아짐에도 오히려 반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