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출·달러망 제재 탓 무역적자 확대·보유외환 축소
美전문가 "부도위험·환율급변·살인적 물가상승·대량실업 우려"
"이란 외환보유고 바닥난다" 美당국자들 경제대란설 주장
' />
이란 정부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금융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보유외환이 달러망 차단 때문에 축소된 데다가 석유수출 급감에 따라 무역적자까지 커지면서 결국에는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경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이언 훅 미국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 등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보유한 정보와 분석을 소개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주장하는 이란 재정악화의 핵심 원인은 이란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보유외환이 급감했다는 추산이다.

외환보유액은 국가들이 급할 때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자국 통화의 가치를 안정시키며 채무불이행 같은 위기를 피하는 데 꺼내 드는 비상수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외환보유액이 현재 860억달러(약 102조4천500억원)며, 이는 이란이 2013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떼밀려 핵협상 테이블로 나왔을 때보다 20% 작은 규모라고 예측하고 있다.

훅 대표는 기밀정보를 인용하며 사실상 이란은 보유외환의 10%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앞세워 구축한 국제금융망에 대한 제재 때문에 보유외환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는 게 그 주장의 근거였다.

"이란 외환보유고 바닥난다" 美당국자들 경제대란설 주장
' />
미국 당국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보유외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역적자가 확대돼 이란의 고충은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이후 이란의 석유 수출은 70% 줄어 원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50만 배럴 정도다.

이는 2013년 원유 수출량인 약 110만 배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로 석유 수출 제한으로 인해 이란의 무역 적자 규모는 GDP 대비 3%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란은 2013년 고비에 몰려 핵협상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GDP 대비 7%에 달하는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만큼 현재 이란의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IMF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경기가 30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침체한 상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국가들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오는데 이 또한 미국의 금융제재 때문에 쉽지 않아 보유외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대표 마크 두보위츠는 "이란의 보유외환이 이렇게 위험한 수준으로 적게 운용되면 국제수지 위기, 통화가치 붕괴 위기, 살인적 물가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보위츠는 "이란이 자국 경제를 가동할 장비와 기술을 사들이지 못함에 따라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차관을 들여오지 못하고 보유 외환도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하면 이란은 2010년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처럼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현재 이란이 협상에 복귀하거나 미국의 동맹국들에 공격을 가하는 두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란은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받아오며 석유 밀수 등 제재 회피 기법을 익혀왔다고 미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천연가스와 석유화학제품 등 비(非)원유 물자 수출을 늘려 제재 효과를 완화하려 하고 있으며, 대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유럽 동맹국들로부터 현금과 물자를 지원받아오기도 했다.

훅 대표는 "밀수로 미국 제재의 효과를 상쇄할 순 없다"며 "이로부터 얻은 이득은 이란 경제나 정부 예산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