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이끄는 두 축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엔 대출규제를 완화해주고, 화석연료사업 투자는 줄이는 ‘녹색금융’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가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는 2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ECB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통화정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CB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ECB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녹색 양적완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에는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대출 및 투자는 줄이기로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기업 신용도를 평가할 때 기후변화도 중요 항목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에 가점을 주고, 화석연료에 투자하거나 개발하는 기업은 감점하는 방식이다.

지난 1일 EU 최초 여성 수장으로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2050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이 되기를 원한다”며 “유럽이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EU 회원국은 기후변화 대응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회원국이 적지 않다. EU 최대 경제대국이자 ECB 최대주주인 독일이 대표적이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하려는 ECB의 어떤 시도도 아주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검토 중인 녹색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건전성 확보이지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럽 금융계에서도 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및 대규모 양적완화가 부실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라가르드 총재의 계획에 대해 ECB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