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상장을 위해 시행한 공모주 청약에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공모액의 두 배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람코가 지난달 28일까지 접수한 개인투자자 공모에 사우디 국민 3400만여 명 중 490만여 명이 참여했고, 신청 금액은 126억달러(약 15조원)에 달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람코는 사우디 타다울증시를 통한 이번 1차 상장에 지분 1.5%만 내놓을 예정이다. 이 중 0.5%는 개인투자자, 나머지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배정한다. 오는 4일까지 진행하는 기관투자가 공모주 신청에는 지난달 28일까지 317억달러(약 37조원)가 몰린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개인·기관 신청 물량 합계가 443억달러(약 52조원)에 달했다. 아람코의 지분 1.5% 공모액 범위(240억~256억달러)의 1.7~1.8배에 달한다.

WSJ은 사우디와 중동 지역 투자자들은 큰 관심을 보인 반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분석했다. 기관투자가 신청 물량 중 10.5%만이 해외 투자자로 조사됐다. 이 중 사우디 주변국 기관투자가들이 신청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WSJ은 사우디의 핵심 동맹인 아랍에미리트(UAE)가 15억달러를, 쿠웨이트가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운용사가 최대 6억달러를 베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아람코는 오는 5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11일께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결정되면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를 제치고 역대 최대 IPO 자금 조달 기록(256억달러)을 세우게 된다. 또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아람코는 해외 증시에서 2차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왕실은 아람코 기업가치를 2조달러 이상으로 잡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담해 1조6000억~1조700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