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병 격려…탈레반 협상 재개 공식화하며 병력감축 의지 피력
작년 이라크 방문때 '보안 허술' 지적에 철통 보안…탄핵 의식 행보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최대 명절인 28일(현지시간) 해외 파병 미군 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했다.

작년말 이라크 방문 때 '허술한 보안' 논란이 빚어진 것을 의식한 듯 방문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007작전처럼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였다.
트럼프, 美추수감사절에 아프간 '깜짝 방문'…007작전 방불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아프간을 방문해 2시간 30분가량 머물며 현지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아프간 대통령과 짧은 양자회담도 개최했다.

이번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동행한 기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일정이 거의 끝날 때까지 보도가 금지됐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고 당초 이곳에서 연휴를 보낸 뒤 다음달 1일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사전 배포한 이날 일정에도 오후 3시 군인들과 영상 통화만 잡혀 있었다.

동행 기자단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8분 플로리다가 아닌 워싱턴DC 외곽의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올랐다.

동행 취재단은 이보다 빠른 오후 7시 15분 앤드루스 기지 주차장 꼭대기 층에서 만나 탑승장소로 이동했는데, 사전에 행선지를 알지 못했다.

목적지 도착 2시간 전에야 대변인으로부터 아프간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기내에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연휴 동안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건 기분 좋은 놀라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는 아프간 현지 시간으로 28일 오후 8시 33분 바그람 미군 공군기지에 실내등을 끈 채 착륙했고, 중동을 순방 중이던 마크 밀리 합참 의장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번 방문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등이 동행했다.
트럼프, 美추수감사절에 아프간 '깜짝 방문'…007작전 방불
바그람 기지에는 두 대의 감시 비행기가 돌아다녔고, 작은 불빛 외에는 조용하고 깜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을 들고 트럭에 탄 군인 등 15대의 차량과 함께 기지를 떠났다.

이윽고 오후 9시께 푸른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기지 식당의 배식대로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칠면조를 접시에 담아 장병들에게 건네며 인사말도 주고받았다.

배식 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군인의 훌륭한 친구였다"고 연설을 했다.

그는 "내가 취임한 후 2조5천억(달러)를 썼다고 생각한다.

많은 돈이지만 우리는 군대를 재건하고 있다"고 한 뒤 장병들을 향해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여기 와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연설이 끝난 후 박수갈채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들과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기념 촬영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9시45분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했다.

가니 대통령도 몇 시간 전에야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프간 반군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이 재개됐다고 밝히며, 아프간 미군 병력을 8천600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전쟁터에 나간 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 왔으며, 실제로 지난 9월 탈레반과 미군 감축이 포함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다 탈레반 테러 등 이유로 이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트럼프, 美추수감사절에 아프간 '깜짝 방문'…007작전 방불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일정은 몇 주간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취임 후 처음 분쟁지역인 이라크의 미군부대를 방문했을 때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시사하는 징후가 드러나 보안이 허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활동이 뚝 멈춰 '대통령의 부재'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지만 이번에는 계속 활성화 상태로 준비해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대통령의 일일 일정이 배포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는데, 이번에는 오후 3시 군인들과 영상 통화 일정이 미리 언론에 배포돼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 방문을 숨기는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탑승 전에는 전용기를 타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휴대전화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모든 장치를 압수해 행로가 노출되는 것을 피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용한 전용기 외에 다른 한 대의 전용기는 플로리다의 팜비치 국제공항에 머물렀다고 한다.

한편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이 시리아 철군 방침 발표 후 거센 정치적 후폭풍 속에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조사 와중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 탄핵할 태세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사령관을 유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환호하는 군인들과 함께 섰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