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가 탑승객의 기내 수화물에 매기는 벌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라이언에어는 탑승객이 사전 승인 없이 한 개를 초과하는 개인 수화물을 휴대한 채 기내에 탑승하면 벌금을 매기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은 최근 “라이언에어의 기내 수하물 규정은 도가 지나친 행위”라며 “라이언에어의 이 규정은 스페인에선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앞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기 위해 라이언에어 기내에 탑승한 한 승객의 고소에서 비롯됐다. 이 탑승객은 무게 10㎏ 수하물을 들고 기내에 탑승했다가 벌금 20유로(약 2만6000원)를 지불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는 탑승객 기준으로 유럽 최대 LCC다. 영국과 아일랜드뿐 아니라 유럽 전역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도 다른 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 외곽 스탠스테드공항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공항까지 인당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도 왕복이 가능한 항공편을 구입할 수도 있다.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객들도 라이언에어를 많이 이용한다. 라이언에는 올 3분기(회계연도 2분기 기준)에 9억1020만유로(약 1조18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시장 예상치(8억1650만유로)를 웃도는 실적이다.

다만 라이언에어는 다른 저가항공사와 비교해 엄격한 벌금 및 추가요금 방침으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라이언에어는 앞좌석 아래에 보관이 가능한 작은 수화물 한 개만 허용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물품이라도 수화물 한 개를 초과해 소지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수화물 한 개만 들고 탑승하더라도 물품이 앞 좌석 밑 공간에 들어가지 않거나 무게가 10㎏이 넘으면 벌금을 매긴다. 탑승객들은 한 개 이상의 물품을 기내에 들고 타거나 10㎏이 넘는 수화물을 소지하기 위해선 사전에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강경민 특파원
강경민 특파원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글로벌 항공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이언에어 실적이 선방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부가서비스 방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언에어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같은 벌금 및 추가요금 방침을 시행하고 있다. 탑승객이 지나치게 많은 수화물을 들고 기내에 탑승하면 항공기 출·도착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 라이언에어의 설명이다.

스페인 법원은 해당 탑승객의 수하물이 충분히 기내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라이언에어는 벌금 20유로를 환불하고, 약관에서 해당 벌금 규정을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탑승객들이 별도 비용을 내지 않고도 기내에 휴대용 짐을 들고 탑승할 수 있다는 자국 항공 관련 규정을 판결 근거로 제시했다.

라이언에어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개별적 사건일 뿐”이라며 “스페인 법원이 탑승 가능 수화물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는 상업상 자유를 잘못 해석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자사 수하물 방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파이스는 라이언에어가 수하물 벌금 방침을 계속 부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