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콩 거울 삼아야"…대선 한달 앞두고 연일 홍콩 부각해
때마침 '中 선거 개입' 의혹까지…국민당 한궈위와 20% 격차
'홍콩 바람' 타고 재선 쐐기 박겠다는 대만 차이잉원

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재선을 노리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11일 대선일까지 한 달여를 남겨둔 가운데 차이 총통은 연일 홍콩 관련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하면서 '홍콩 바람'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차이 총통은 2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민주주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며 "홍콩인들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어렵게 거리로 나아가 자유와 민주를 외쳐 오늘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은 진정으로 홍콩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며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과 대만 사회 침투는 시시각각 존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6월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한 이래로 적극적인 지지 목소리를 내왔다.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대만에서는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에 이어 대만에도 적용하고자 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던 차이 총통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울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초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는 등 중국이 군사·외교·경제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면서 오히려 대만인들 사이에서 '망국(亡國) 위기감'이 퍼져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회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은 야당인 중국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에게 대체로 열세였으나 홍콩 사태가 본격화한 여름 무렵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달 26일 대만 빈과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은 42.2%의 지지율로 22.7%에 그친 한 시장을 20%포인트 가까이 차이로 앞서갔다.

이날 민진당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20% 이상으로 벌어졌다.

때마침 터진 '중국 간첩 의혹'이 대만에서 일파만파로 커져 가뜩이나 고전 중인 한 시장 진영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호주 언론은 중국 스파이인 왕리창(王立强)이 호주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다면서 과거 그가 작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 개입했고,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특히 왕씨가 작년 한 후보에게 2천만 위안(33억원)을 기부하는 데 관여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시장이 사실 여부를 떠나 큰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

중국 정부는 왕리창이 수배 중인 사기꾼에 불과하다면서 관련 의혹은 부인한 상황이지만 의혹 자체로 대만 정국에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 후보는 "중국공산당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받았으면 총통 선거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차이 총통이 속한 집권 민진당은 이를 호재 삼아 정치적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홍콩 바람' 타고 재선 쐐기 박겠다는 대만 차이잉원

정치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인사이던 한궈위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중앙당의 지원 없이 단신으로 민진당의 20년 아성인 가오슝 시장으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 조직의 도움을 받지 못한 그는 사회관계망(SNS) 등 인터넷을 통해 인기가 부쩍 높아졌는데 그간 민진당 진영에서는 중국이 유령 소셜미디어 계정을 다수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한 시장을 몰래 뒤에서 도왔을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

한 시장은 민진당의 공세와 여론의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7일 선거 유세에서 "90% 이상의 (대만) 언론은 민진당이 장악하고 있다"며 "미디어를 매수해 상대 후보를 먹칠하면 연임을 할 수 있다"고 차이 후보 진영을 비난했다.

장진혁 대만 국립중산대학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민진당이 간첩 의혹을 계속해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선거 전략"이라며 "한 시장에게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선거가 한달여 남은 상황에서 열세를 반전시킬 만한 계기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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