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 단교 선언하자 터키-카타르 더 밀착
터키 대통령, 카타르 방문…사우디 보란듯 군사협력 부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를 정상 방문해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와 회담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의 전방위 협력을 다짐하고 중동의 현안을 논의했다고 카타르 국영통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뒤 발표된 공동선언문을 통해 "중동을 둘러싼 여러 난관에 직면한 상황에서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의 단합과 상호 존중, 주권 보장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 문건에서는 2017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주류 아랍권이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시작한 걸프 지역의 단교 위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호 존중, 주권 보장'은 카타르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 측에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하는 외교상 표현이라는 점에서 사우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등은 카타르가 중동 내 테러조직을 지원, 비호하고 이란과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단교했다.

단교 사태가 벌어진 직후 터키는 사우디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사우디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타르에 군을 증파했다.

또 사우디, UAE의 무역 봉쇄로 카타르에 식료품 수입이 끊기자 터키가 이를 보충하면서 관계가 밀착됐다.

지난해 카타르는 외화가 부족해진 터키의 금융 기관들에 150억 달러를 신용 대여했고, 같은해 9월 셰이크 타밈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4억 달러 상당의 보잉747-8 호화 전용기를 선물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최근 카타르에 완성된 칼리드 빈왈리드 터키군 주둔기지를 방문해 카타르와 군사 협력을 부각했다.

이 기지에는 터키군이 약 5천명 주둔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곳에서 "터키와 카타르의 연합사령부는 카타르뿐 아니라 걸프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한다"라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친구를 위협과 위험 속에 한 번도 홀로 둔 적이 없다"라고 연설했다.

중동 일부 언론은 카타르가 터키에 탱크 100대를 사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9일 터키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하자 사우디 등은 이를 침략행위라며 규탄했으나 카타르는 지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5일 저녁 귀국했다.

중동 정세에 영향이 큰 터키와 사우디는 이슬람 종파적으로는 수니파로 같지만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

특히 지난해 10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 터키는 확보한 기밀 정보를 조금씩 흘리면서 사우디 왕실을 흔들어 관계가 더 껄끄러워졌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카타르 주둔 터키 군기지 방문은 사우디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터키는 사우디의 경쟁국인 이란과도 지정학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

중동 정세는 사우디와 이란의 경쟁 구도로 이분하면 대체로 피아가 구분되지만 미국,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카타르 등과 적당한 거리에 있는 터키를 변수로 넣으면 진영 판단이 모호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