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주요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효력 정지와 관련해 23일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아사히는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보복"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 수출 규제에 대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춰 '징용 문제와 수출 규제 강화는 별개'라고 보도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이날 일제히 조간 1면 머리기사로 지소미아 종료 정지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대대적인 관심을 보였다.

언론은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을 피했다며 환영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한일 간 향후 논의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이 지소미아 유지와 WTO 제소 절차 중단이라는 양보를 끌어낸 대신 한국이 원해 온 국장급 협의에 응해 한국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2개의 조처를 한 대신 일본은 수출 규제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밝히지 않은 채 협의에 응하는 수준이어서 한국 내에서 반발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아사히는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하자 일본 정부 내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미국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지소미아 종료를 피하기 위한 대응 마련을 촉구한 것이 협정 종료 효력 정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종료 시한이었던 23일 0시에 가까워지면서 총리 관저 주변에서 '한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부각했고, 수출 규제 강화 조치의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의 사무차관이 각각 총리 관저를 드나들며 지소미아 종료 회피를 위한 안을 검토해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