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론 등 외교가 부정적 여론" <NYT>

그동안 사건의 핵심을 피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결국 우크라이나 외압 스캔들의 중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상당수 국무부 고위관리들이 트럼프 탄핵 조사 의회 청문회의 증인으로 불려 나갔음에도 자신은 트럼프 탄핵 조사와 거리를 둔 채 '외곽'에서 사태 추이를 관찰해왔다.

국무부 직원들의 의회 증언을 저지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외에 우크라이나 외압 스캔들에 대한 언론의 질문이나 논란을 외면해왔다.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하면서 해외 방문을 이유로 워싱턴을 떠났다.

트럼프 우크라 스캔들의 핵심 조력자로 드러난 폼페이오 국무
그러나 20일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가 우크라이나 외압 스캔들에 연루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 가운데 핵심 일원으로 그를 지목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 보좌관들이 '자신들이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보상 대가'(quid pro quo)에 대해 설명하는 자신이 폼페이오 장관에 보낸 이메일들도 거론했다.

선들랜드 대사의 폭탄 증언으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2인자인 폼페이오 장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무색해지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라크전을 초래한 허위정보 논란 이후 지난 20년 내 미국 외교정책의 최대 논란으로 등장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지적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 여러 핵심 인사들이 다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멀베이니 대행의 고위보좌관인 롭 블레어, 국무부 고문인 울리히 브레히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 티모시 모리슨 전 NSC 국장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선들랜드 대사 증언 이전 캔자스주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국무부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깊숙이 연루되면서 포스트-트럼프 대권을 겨냥할 것이라는 그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됐다는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원조를 내세워 외국 정부를 2020 대선전에 이용하도록 사주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나 최악의 경우 군사원조와 미국 방문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바이든 부자를 조사하도록 압박을 가한 공모자나 지시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직원들의 증언 및 자료 제출 거부 지시와 관련해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 캘리포니아)으로부터 '워터게이트 스타일의 조사 방해에 관여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자신이 문제의 '7월 25일 통화'에 참석했음을 시인했으나 자신의 간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당수 국무부 고위관리들이 의회에 나가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으나 폼페이오 장관은 요바노비치 대사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음해 공작'을 알면서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국무부 내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정책 담당자들에 '대통령의 계획'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해당 관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투쟁을 지지하는 기존 정책을 수행하는 외교상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뉴저지)은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副)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상원 출마를 위해 내년 초 사임할 것이라는 예상을 전제로 비건이 상당 기간 장관 대행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외교계는 최근 국무부 고위 관리들의 증언을 통해 그동안 일각에서 지적돼온 폼페이오 장관의 부정적인 일면이 확인됐다면서 지도력을 회복하고 국무부의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그가 사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