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뤄진 줄 알았던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양국 줄다리기 속에 지연되면서 뉴욕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4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0.5% 미만에서 등락할 정도로 관망세가 짙습니다.

월가에선 1단계 무역합의가 서명에 도달할 수 있을 지 미리 짐작할 수 있는 일로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①12월15일 직전에 진전될까

월가의 한 트레이더는 “무역 합의가 무산된다면 양국 경기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만큼 양국이 막판 협상과정에서 좀 삐걱대더라도 12월15일께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2월15일은 미국이 컴퓨터 모니터, 비디오게임기 등 1560억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에도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세가 발효된다면 양국 모두에게 매우 부담스러울 겁니다. 미국은 연말 크리스마스 쇼핑철을 앞두고 소비자에게 큰 패널티를 안기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를 지탱해온 소비에도 찬물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치솟는 중국의 물가
치솟는 중국의 물가
월가의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무역합의를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기대가 너무 커져서 과매수 상태인데 이런 상태에서 합의가 깨지면 시장이 작년 말 이상으로 폭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증시 붕괴는 안그래도 위태로운 미국 경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 탓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을 만나 추가 완화정책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합의 무산에 대비한 보험에 든 셈입니다.

중국도 지난주 동북부 최대 은행중 하나인 하얼빈은행이 국유화되는 등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 부도 확산으로 은행까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하얼빈은행은 올들어 문제가 생긴 4번째 은행이지요. 무역갈등이 심화될 경우 부채 위기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양국은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12월15일 이전에 최대한 서명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월 3~4일 영국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 직후 런던에서 시 주석과 만나 서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에선 정상이 아닌 장관급이 서명하는 방안도 보도했습니다. 다만 이는 시장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정상간 합의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트럼프 대통령인데, 장관급이 서명하면 지키겠냐는 의구심이 나올 겁니다.

어쨌든 12월15일은 일단 1단계 무역합의의 데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월가를 12월15일에 임박해 합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 돼지 사육두수
세계 돼지 사육두수
②중국의 소비자물가가 치솟느냐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는 12월10일 오전 9시30분 발표됩니다. 월가는 이 지수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올 경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합의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의 10월 CPI는 전달보다 3.8%나 올랐습니다. 약 8년만에 최대폭입니다. 아프리카돼지 열병(ASF)으로 인해 돼지고깃값이 전월 동월보다 무려 101.3% 폭등한 탓입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돼지고깃값 상승이 10월 CPI의 2.43% 상승효과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값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 10월11일자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서 자세히 썼듯이 중국은 세계 돼지 사육두수의 60%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전세계에 7억8000만마리의 돼지가 있는데 중국에서 사육되는 게 4억4000만마리 수준입니다.

소비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에서 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합니다.

이런 중국에서 작년 8월 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몇백만 마리 수준입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이를 믿지 않습니다. 살처분을 포함해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위해 미리 도축한 돼지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의 50~60%가 도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돼지고기 값이 두 배 가량 오른 건 아직도 수없이 도축된 돼지들의 냉동육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냉동육이 다 떨어지면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겁니다.

이런 중국이 대량의 돼지고기를 수입할 곳은 미국 밖에 없습니다. 세계 돼지의 60%는 중국, 20%는 유럽, 10%가 미국에서 자라는데 유럽은 돼지열병이 발병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돼지열병이 없는 곳은 미국 뿐입니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수출을 늘릴 여지도 많습니다.

월가에선 11월 CPI가 급등할 경우 중국이 합의에 서명해야할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 물가 안정과 민심 안정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돼지고기 수입을 늘려야할 상황”이라며 “어차피 늘릴 물량이면 합의한 뒤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고 늘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③미국이 홍콩 사태에 개입하는가

일단 홍콩경찰은 시위대가 모여있던 홍콩이공대를 진압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위는 잦아들까요? 월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도 지속적으로 시위대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지렛대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월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홍콩 관련 함구령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실제 홍콩사태가 악화됐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트위터 계정에는 베네수엘라, 이란, ISIS, 시리아, 볼리비아 등에 대한 트윗만 있을 뿐 홍콩에 대한 트윗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8일 갑자기 홍콩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 발언을 했습니다. CNBC방송이 중국발 뉴스로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철회에 대해 부인한 뒤 무역합의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보도한 직후입니다.

월가에선 무역합의가 진전된다면 미 행정부가 홍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반대의 경우 개입 수위를 점차 높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