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실시되는 영국 조기총선에서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가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이 한국을 벤치마킹해 영국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영국 총선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서비스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공약이 제시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예비내각 재무장관인 존 맥도넬 하원의원은 지난 15일 잉글랜드 북부 랭커스터에서 열린 선거 운동에서 영국 전역에 광섬유 광대역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리티시텔레콤(BT)의 디지털 네트워크 담당조직을 국유화한 후 영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코빈 대표와 맥도넬 의원은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의 모범 사례로 한국을 소개했다. 맥도넬 의원은 한국은 국가 주도의 투자를 실시해 전체 인구의 97%가 광섬유 광대역망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incredible)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노동당의 설명이다.

BBC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국민들은 전체의 8~10%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런던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선 인터넷을 활용한 디지털뱅킹도 활용하기 어렵다. 인터넷 접속조차 여의치 않다보니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 놓여있는 학생들은 학교 숙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노동당의 설명이다.

앞서 집권여당인 보수당은 오는 2025년까지 50억파운드(약 7조5000억원)를 투자해 모든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노동당의 주장이다. 코빈 대표는 정부 계획에 150억파운드(약 23조원)을 추가한 200억 파운드(약 30조원)를 투자해 모든 가정과 기업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애플이나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해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T 외 다른 광대역망 서비스 제공업체가 무료로 인터넷망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들 기업도 국유화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동당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보수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노동당의 인터넷서비스 국유화 공약에 대해 “미친 것 같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코빈 대표의 공약은 ‘미친 공산주의자 계획’(crazed communist scheme)”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공영 BBC를 비롯한 영국 현지 언론에선 노동당이 내놓은 인터넷서비스 국유화 공약에 대한 심층 분석을 연일 내놓고 있다. BBC는 18일 ‘영국 광대역망은 한국처럼 될 수 있을까?”(Will British Broadband look like South Korea?)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인터넷 초고속서비스 현황을 분석했다.

BBC는 한국 정부와 세계은행(WB)의 자료를 인용해 노동당 설명처럼 한국 국민들 중 거의 100%가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는 건 맞지만 국영기업들이 운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 BBC의 지적이다. BBC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는 초경쟁시장(super-competitive market)에서 민간 자금으로 조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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