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유경제 기업들이 고전하면서 공유경제업계의 ‘큰손’으로 불린 소프트뱅크가 입는 타격도 커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벤처 펀드인 비전펀드는 연이은 투자 실패로 규모가 10조원가량 감소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은 공유경제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인공지능(AI) 투자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연 실적 발표에서 올 3분기(7~9월)에 7001억엔(약 7조4422억원)의 순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5264억엔 순익에서 급전직하했다. 소프트뱅크는 회계연도 기준 올 상반기(4~9월) 2004년 상반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156억엔)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이처럼 나빠진 것은 비전펀드가 투자 중인 위워크 우버 등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86억달러(약 115조원) 수준이던 비전펀드 규모는 올해 들어 897억달러(약 105조원)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 회장은 실적 발표에서 “투자 판단에 여러 의미로 잘못이 있었고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자산도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00억달러로 집계됐던 손 회장의 자산은 현재 14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외신들은 비전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데도 현금이 대규모로 필요한 기업에 다수 투자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총 88개사에 투자 중인데 이 가운데 우버(93억달러), 위워크(44억달러) 등 공유경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전펀드의 거액 투자가 공유경제업계의 거품을 키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연이은 실패에도 손 회장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손 회장은 최근 비전펀드의 투자 상황에 대해 “금액으로만 따지자면 3승1패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금 비전펀드에 대한 비판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동일하다”며 “당시에도 거짓이란 불안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다만 향후에는 공유경제의 투자 비중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는 최근 1080억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비전펀드 2호 설립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업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