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파 간츠, 공습에 "올바른 결정" 옹호…보수 네타냐후와 협력 가능성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부상한 안보 이슈가 연립정부 협상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를 이례적으로 표적공습해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지휘관 바하 아부 알아타(42)를 살해했다.

이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13일까지 이틀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포 220여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도 이슬라믹 지하드의 무기시설과 훈련캠프를 대규모로 폭격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었다.

가자지구의 최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는 다시 극도의 긴장에 휩싸였다.

가자지구 공습에 이스라엘은 안보정국…'대연정'에 힘 실릴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격화해 안보 정국이 조성되자 집권당인 보수 성향 리쿠드당과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연정 협상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2일 "의도했든 아니든 가자지구의 긴장 고조는 '통합 정부'의 가능성을 높였다"라며 청백당이 소수파인 아랍계 정당들과 협력할 여지가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연정 구성권을 가진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정치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두 거대 정당이 안보를 공동목표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 직후 간츠 대표는 정부의 군사작전을 환영했지만 아랍계 의원들은 반발하며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간츠 대표는 아부 알아타 살해와 관련, 트위터에 "테러에 맞서는 군사작전은 계속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며 "정치 지도부와 이스라엘군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

이어 "청백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한 모든 올바른 행동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간츠 대표의 이런 언급이 그동안 외교적 해결책이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한 태도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대외정책에서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안보 현안에서는 강경하다.

그는 군 참모총장으로 활동하던 2014년 7∼8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지휘했다.

간츠 대표와 달리 아랍계 정당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자지구를 공습했다고 비난했다.

아랍계 정당들은 그동안 간츠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가자지구 공습 사태로 양측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는 셈이다.

가자지구 공습에 이스라엘은 안보정국…'대연정'에 힘 실릴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은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성향의 정치인 나프탈리 베네트를 새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지 불과 나흘 만에 이뤄졌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이슈를 부각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테랑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9월 17일 총선 이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먼저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간츠 대표는 지난달 23일 네타냐후 총리에 이어 28일 동안 연정을 구성할 권한을 받았지만,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백당은 지난 총선에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33석을 얻어 리쿠드당(32석)을 제치고 제1당을 확보했지만, 과반 의석으로 연립정부를 꾸리려면 보수 정당들과 협력해야 한다.

현재 간츠 진영의 의석은 아랍계 정당들을 모두 합쳐도 54석 정도에 불과하다.

'캐스팅 보트'를 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의 극우성향 '이스라엘 베이테누당'(8석)은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총리를 번갈아 맡는 '대연정'을 주장한다.

그러나 간츠 대표는 비리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와 손잡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