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그리스 최대 항만인 피레우스항에 총 6억6000만유로(약 8500억원)를 투자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환이다. 중국은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로 그리스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그리스를 국빈방문 중인 시 주석은 12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만나 피레우스항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리스 아테네 인근에 있는 피레우스항은 유럽에서 여섯 번째로 큰 컨테이너항이다. 이번 협약에는 중국 국유 해운기업인 코스코가 총 6억6000만유로를 피레우스항을 고도화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그동안 피레우스항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이 교차하는 지역에 있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재정위기로 외국 기업이 대거 이탈한 그리스도 중국의 투자를 반기면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2008년 그리스 정부로부터 피레우스항 항만을 35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2016년에는 코스코를 통해 피레우스항 지분 51%를 사들였다. 코스코의 피레우스항 지분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67%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과 그리스는 피레우스항 투자 외 추가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시 주석 국빈방문 기간 동안 에너지, 수송, 금융 등을 망라한 15개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중국은 국유기업인 국가전력망공사를 통해 그리스 본토와 크레타섬 사이에 해저 전력케이블을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중국 공상은행은 그리스 지점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날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일대일로는 광범위한 협의와 공동 개발 및 수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중국과 그리스의 협력이) 중국과 유럽 대륙 간 협력의 모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