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정부가 군부독재 정권 시절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반(反)정부 시위대 요구를 받아들였다. 시위대는 이 헌법이 주요 공공서비스 민영화 길을 열어준 탓에 칠레 시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곤살로 블루멜 칠레 내무장관은 칠레 정부가 새 헌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블루멜 장관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여당 주요 관계자 등과 회동한 후 “제헌의회가 개헌안 초안을 마련하면 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며 “정부가 며칠 내 개헌 방식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법 개정은 그간 칠레 시위대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칠레 헌법은 198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정권 당시 제정됐다. 칠레는 1990년 민주화에 성공했으나 헌법은 그대로 쓰고 있다. 최근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개헌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AP통신은 개헌 발표에도 불구하고 파업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칠레 반정부 시위대는 개헌 과정에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마르셀로 멜라 산티아고대 연구원은 “칠레 의회와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낮다”며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해도 국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칠레 시위는 지난달 6일 정부가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800페소(약 1280원)에서 830페소(약 1330원)로 인상하면서 촉발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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