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를 맞아 벌인 세일 행사. 알리바바가 각국 취재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항저우 본사 미디어센터의 초대형 전광판엔 이날 0시가 되자 판매 현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판매액은 1분36초 만에 100억위안(약 1조6590억원)을 넘어섰고 12분49초가 지나자 500억위안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같은 판매액을 달성하는 데 각각 2분5초와 26분3초가 걸렸다. 이어 1시간3분59초 만에 1000억위안(약 16조5900억원)을 넘겼다. 작년엔 1시간47분26초가 돼서야 이 금액에 도달했다.

첫 한 시간 매출은 작년 690억위안에서 올해 911억위안으로 약 32% 증가했다. 알리바바의 올해 광군제 판매액은 이날 오후 10시에 작년 2135억위안을 넘어선 2457억1300만위안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광군제 판매액이 작년보다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이날 24시간 동안 작년보다 1억 명 많은 5억 명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쇼핑할 것으로 예상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 광군제는 대단한 기록을 내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가 가라앉고 있어서다.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27년 만의 최저인 6.0%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판매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중국의 막강한 소비 파워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올해 광군제에는 78개 국가 및 지역에서 20만 개 브랜드가 참여해 100만 개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한국 상품은 해외 제품 중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렸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다. 2016년 3위를 기록했던 한국 상품은 이듬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5위로 밀렸다가 작년 3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날 새벽 1시 기준 판매액 1억위안을 돌파한 84개 브랜드에 삼성과 후(LG생활건강)가 포함됐다.

중국에서 11월 11일은 1이 네 번 겹쳐 미혼 남녀가 독신자의 날로 부르며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다. 여기에 착안해 알리바바가 2009년 광군제로 이름 붙이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항저우=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